청년실업 줄이기 동참해 초임 20% 깎아
채용 변화없이 불이익만…임금회복 요구
금융노조, 내일 5000여명 참여 결의대회
채용 변화없이 불이익만…임금회복 요구
금융노조, 내일 5000여명 참여 결의대회
“해마다 등록금이 무섭게 올라 선배들보다 훨씬 비싼 대학 등록금 내고 다녔는데도 급여를 20%나 깎아서 학자금도 못 갚고 허덕이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우리은행 2011년 입사 배아무개씨)
2009년 이후 시중은행에 들어간 1~3년차 행원들은 자신을 ‘6두품’이라고 부른다. 요즘 잘 나가는 고려대·티케이 출신의 ‘성골’, 2009년 이전 입행한 ‘진골’에 빗댄 자조적인 표현이다. 몇 년 늦게 취직했다는 이유로 연봉이 1000만원 가까이 차이 나는 데서 비롯한 박탈감과 피해의식이 원인이다.
신입 행원들의 임금삭감분 원상회복을 놓고 금융권이 진통을 겪고 있다. 이른바 ‘6두품 은행원들’은 깎인 연봉을 되돌리겠다고 단체행동에 나서는 반면, 사 쪽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6일 신입직원 5000여명이 참가하는 합동결의대회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사 쪽과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서다. 오치화 금융노조 홍보부장은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조직 안에서 발언권이 적은 신입 행원들에게만 큰 피해를 줬다”며 “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9년 2월 기획재정부 지침으로 공공기관의 대졸초임 삭감 권고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대졸초임 2008년 기준 2000만원 이상인 공공기관이었지만, 대기업과 민간 금융기관까지 포함됐다. 명분은 금융위기 이후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였다. 기존 사원은 임금동결, 신입사원은 20% 임금을 깎되 채용을 늘린다는 것이었다.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주요 공기업은 초봉을 3000만원 아래로 떨어뜨렸다. 국민·신한 등 민간 은행도 초봉을 40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로 깎았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초임 연봉이 삭감된 금융기관 직원 수는 5409명이다.
하지만 초임 삭감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던 정부의 말과는 달리 일자리 늘리기의 일환인 인턴 채용이나 인턴의 정규직 전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224명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했지만 이들 가운데 3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200명의 인턴사원을 뽑았지만 정규직 전환 사례는 거의 없었다. 5대 금융그룹은 올 상반기에만 6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챙겼지만 일자리를 늘리는 일에는 인색했다. 일자리 나누기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신입 행원들의 임금삭감 효과만 남게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은행들은 하나둘씩 초임을 삭감 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 부산·대구은행은 올 1월부터, 전북은행은 7월부터 초임 삭감 조처를 없앴다. 시중 은행들도 내심 초봉 삭감 조처를 폐지하고 싶지만, 정부에 찍힐까봐 서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고액 연봉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과 임금인상을 달가워하지 않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은행이 어려워서라면 경영을 제대로 못한 경영진의 급여를 먼저 삭감해야 하고, 일자리나누기가 이유라면 모든 기업과 노동자들이 동참해야 하는 게 맞다”며 “특정 분야의 신입사원에게만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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