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반만에 최대…만기연장 비율 186%
유럽발 재정위기 대비 적극적 자금 조달
유럽발 재정위기 대비 적극적 자금 조달
국내 은행들의 만기 1년 초과 중장기 외화차입 규모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발 금융 불안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달러 조달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은 지방은행을 뺀 16개 국내 은행의 지난달 중장기 외화차입 규모가 46억1000만달러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월 47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최대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 비율)은 186.6%를, 단기차입 차환율은 136.4%를 기록해 지난달에 이어 큰 폭의 순차입 추세를 이어갔다. 이는 금융당국의 독려 아래 대외여건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중장기 자금 확보에 개별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금감원 쪽은 “국내 은행들이 위기상황에 대비한 중장기 자금을 적극적으로 미리 조달하면서 넉달째 큰 폭의 순차입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입 여건은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올라갔지만, 국내 은행들의 차입 가산금리는 소폭 오름세에 그쳐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채(5년물)에 대한 9월 시디에스 프리미엄은 월말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인 220bp(bp=0.01%p)까지 상승했지만, 국내 은행의 중장기(5년) 차입 가산금리는 145bp로 전달에 견줘 16b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단기차입 가산금리도 37.9bp로 5.2bp만 올랐다.
금감원 쪽은 “국채 시디에스 프리미엄은 8월 말 128bp에서 220bp로 92bp나 껑충 뛰었지만,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공통된 흐름이었다”며 “아시아는 타이 107bp, 중국 91bp, 일본 43bp 수준으로 올랐고, 남유럽은 그리스 3158bp, 포르투갈 202bp, 이탈리아 114bp로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외환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외화유동성 자산을 외화유동성 부채로 나눈 3개월 외화유동성비율은 101.7%로 금융당국 지도기준인 85%를 훨씬 웃돌았으며, 외화유동성 자산에서 외화유동성 부채를 빼고 이를 총외화자산으로 나눈 만기 7일의 갭비율도 1.5%로 역시 지도기준인 -3%를 여유있게 넘어섰다.
금감원 쪽은 “9월 중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국내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외화를 적극 확보하고 있는데다 외환건전성 관련 지표들도 금융당국의 지도비율을 대부분 여유있게 웃돌고 있어서 차입과 유동성 현황이 일정 수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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