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월가 시위 계기 자성 촉구
억대 연봉 체계·수조원대 배당 잔치 ‘쓴소리’
농협 회장 10억대 급여…20억 스톡옵션도
억대 연봉 체계·수조원대 배당 잔치 ‘쓴소리’
농협 회장 10억대 급여…20억 스톡옵션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3일 금융권을 향해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당한 성과와 보수는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외환위기 뒤) 1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넣어 살아난 곳”이라며 “고급 간부의 억대 연봉 체계에 대해 금융권 스스로 답을 내야지, 스스로 모른다면 금융권에 있을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권의 배당잔치에 대해 “위기를 앞두고 스스로 지킬 노력을 해야 하고 국민에게 손 벌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수장의 이런 발언은, 미국 월가에서 촉발된 금융권의 과도한 이윤추구에 대한 비판이 국내에 확산되기 전에 금융권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막대한 국민 혈세를 동원해 위기의 주범인 금융회사를 구제했지만, 금융회사는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액 연봉을 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금융사들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최고경영자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어윤대 케이비(KB)금융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5억원 안팎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연봉은 6억원,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4억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연봉은 3억5000만원 선이다. 연봉 외에 성과급과 업무추진비를 합하면 최고경영자들이 받아가는 금액은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최병원 농협 회장은 지난 4월 사상 최악의 금융전산망 마비사태가 빚어졌을 때 “비상임이라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그의 연봉은 12억6000만원이다. 농협은 “사실과 다르다”며 최 회장의 연봉이 7억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그뿐 아니다. 몇몇 금융회사는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들이 고액 연봉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연봉을 낮추는 대신 스톡옵션을 많이 받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2월 신한사태 책임 논란 속에 21만여주에 대해 스톡옵션을 행사해 20억원가량을 챙겼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이 2008년 이후 3년 동안 임금 동결·반납·삭감 등을 통해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고통분담에 앞장섰다”며 “지난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임금은 5575만원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5개 대기업의 7648만원에 견줘 72.9%에 머물렀다”고 반박했다. 올해 국내 은행권 순이익은 20조원으로 기존 최대치인 2007년 15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배당 규모도 2조~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혁준 정세라 기자, 한광덕 선임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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