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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교보생명 경영철학, 이 그림에 있소이다

등록 2011-11-14 20:43수정 2011-11-14 22:28

신창재 회장 지시로 걸려
‘이해관계자들 균형’ 강조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엔 여느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값비싼 명화가 없다. 대신 소박한 일러스트 그림 하나가 경영진 회의실에 걸려 있다. <이해관계자의 눈>(사진)이라는 이 그림엔 고객·투자자·컨설턴트·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를 상징하는 네 사람이 시소의 균형을 유지하며 앉아 있다.

그림에는 ‘지금 고객, 투자자, 컨설턴트, 사원들이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각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은 회의실 탁자 쪽을 바라보고 있어 마치 회의에 참석한 경영진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그림은 신창재 회장의 지시로 2003년부터 걸렸다. 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해 만든 것으로 값은 그리 비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그림은 이 회사의 경영이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그림이 걸리게 된 계기는 이랬다. 2000년대 초반 생보업계에선 1990년대 판매한 고금리 확정 이율 상품을 변동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이른바 ‘계약전환’이 유행이었다. 보험사로선 높은 금리를 계속 보장해줘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신규계약을 더 확보할 수 있어 유리했다. 교보생명 영업현장에서도 다른 보험사처럼 계약전환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빗발쳤다.

그러나 신 회장은 계약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당장 설계사와 회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길게 보면 회사와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의 행보를 다소 의아해했다. 한 보험업계 임원은 “교보생명은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짜지 않은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영업 일선 조직에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4일 전화통화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언제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림을) 준비하게 됐다”며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이해관계자를 의식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사회책임경영을 위해 지속가능경영 전담부서를 만들고, 올해는 2015년 경영비전으로 ‘글로벌 ○위’ 같은 매출 증대를 강조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지 않고 ‘고객 보장 넘버1 회사가 되자’를 내세운 것도 이런 신 회장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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