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올 발전분야 2조5천억원 수주 등 급성장
산업은행 독주 흔들…“강 회장 소매집중탓” 비판
산업은행 독주 흔들…“강 회장 소매집중탓” 비판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던 사회간접자본(SOC) 금융에 국민은행이 치고 올라오면서 어윤대(왼쪽 사진) 케이비(KB)금융그룹 회장과 강만수(오른쪽) 산은금융그룹 회장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금융은 도로·항만·발전소 등 기반시설(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법으로 민간 투자자금을 주선하는 금융서비스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사회간접자본 금융 시장의 80~90%를 독점해왔으나, 올 들어 국민은행이 산업은행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찬근 국민은행 대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은 “산업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금융 시장에서 국민은행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발전산업 금융의 경우 9월 말까지 나온 6건의 물건 중 국민은행이 4건을 차지하고, 산업은행은 2건을 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은행 부행장은 “어윤대 회장이 소매금융 중심의 국민은행을 기업금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데 적극 독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사회간접자본 금융 가운데서도 발전산업 금융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1조3000억원 규모의 1500㎿급 동두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금융자문 및 주선기관으로 삼성생명과 공동 선정된 뒤 여세를 몰아 6000억원 규모의 600㎿급 춘천 액화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 4500억원규모 400㎿급 대구혁신도시 액화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 등을 연이어 수주했다. 최근에는 충남 당진에 지을 예정인 사업비 2조원 규모 1000㎿급 동부그린 석탄화력 발전소를 짓기 위한 금융지원 사업자 선정을 놓고 산업은행과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발전산업 금융 수주액은 2500억원에 그쳤으나, 올 들어서는 수주액이 10배 이상 뛰어올라 28일 현재 2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올해 발전산업 금융에선 최초로 산업은행을 제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도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적을 강조하는 어 회장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저가 낙찰로 수주를 하고 있어 실제 수익은 별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여전히 사회간접자본 금융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공세일 산업은행 피에프센터장(부행장)은 “올해 산업은행이 발전산업 금융 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은 5조4000원에 이른다”며 “국민은행이 최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산업은행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발전산업 금융을 100% 독차지했지만 올해 들어 독점 구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금융 강화에 신경을 쓰는 강만수 회장에게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다 좌절했던 강만수 회장은 최근 산은금융 계열사인 대우증권에 소규모 은행 점포를 연 데 이어 전국 우체국 지점 2763곳과 자동화기기 5761대를 이용해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무료 입출금 서비스를 내놓으며 소매금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산은금융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주업(기업금융)을 다져나가기보다 부업(소매금융)에 신경을 쓰다 보니 산업은행의 강점을 다른 시중은행에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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