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통합 작업 고민됐다”
다른 사임 배경설도 솔솔
김승유 이후 후계구도 주목
다른 사임 배경설도 솔솔
김승유 이후 후계구도 주목
김종열(사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11일 돌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신년을 맞아 오전에 언론사를 방문한 뒤 오후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을 만나 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예상 밖의 사의 표명에 김 회장도 당황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김 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도 김 사장이 사의를 밝힐 때까지 모르고 있었을 정도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사임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사장이 외환은행 인수 작업의 실무를 맡아왔는데, 뜻대로 진척되지 않아 고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 본인도 사임 배경으로 “인수 반대 투쟁을 펼치는 외환은행 노조에 그동안 내가 강성 이미지로 비쳐져 통합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부 압력설도 나온다. 다른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쪽에서 하나금융 사장에 낙하산 자리를 마련하라고 요구했고,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정부의 협조를 받아야 할 하나금융이 어쩔 수 없이 김 사장을 물러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김승유 회장 이후의 후계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포스트 김승유’ 후보군으로는 김종열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윤용로 부회장 등이 거론돼 왔다. 이 가운데 김 사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부산고와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78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뒤 하나은행 서초지점장·경영전략본부장·은행장을 거쳤다. 김 사장이 사의를 표시함에 따라 하나금융은 2월 초 이사회와 3월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사장을 뽑을 예정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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