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행장 취임사서 “핵심역량 회복” 밝혀
하나은행과 관계·특혜인수 논란 등 앞길 험난
하나은행과 관계·특혜인수 논란 등 앞길 험난
외환은행을 상징하는 꽃(행화)은 장미다. 윤용로 신임 행장이 지난 20일 아침 첫출근할 때 노조 쪽이 ‘장미꽃 백송이’를 선물한 게 우연만은 아니었다. 당시 꽃다발을 받아든 윤 행장은 “장미꽃처럼 (외환은행을) 활짝 피우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론스타 시비에 얽혀 행장에 내정된 지 약 1년 만에야 정식 출근한 윤 행장이 22일 외환은행을 꽃피우기 위한 출발대에 섰다. 그는 이날 서울 을지로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24대 외환은행장직에 올랐다. 2004년 1월 로버트 팰런 행장이 외환은행을 맡은 뒤 8년 만의 ‘한국인’ 행장이다.
윤 행장은 취임사에서 “추운 날씨에도 지하철역에서 설명 자료를 나눠주던 차가웠던 직원의 손, 몸이 지쳐도 은행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내던 여러분의 얼굴을 저는 똑똑히 보았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통과 아픔이 많았을 것임을 저는 잘 알고 있다”며 직원들을 보듬으려 했다.
위로에 이어 따가운 주문이 이어졌다. “외환은행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왔던 국외영업과 외국환, 기업금융, 신용카드 등의 분야에서 최근 몇년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 윤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취임사를 지켜본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응은 기대와 긴장으로 엇갈려 복잡해 보였다. 한 부장급 직원은 “사모펀드 론스타에 인수된 뒤엔 ‘불안한 동거’ 상태여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하나금융에 인수된 것을 계기로 외환은행의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차장급 직원은 “1970~80년대 고3의 상고생들이 은행에 취업하게 됐을 때 반 아이들에게 한국은행과 외환은행에 취직한 학생의 이름만 불러줬을 정도로 외환은행의 위상이 높았는데, 단자(투자금융)회사로 출발한 하나금융에 인수돼 직원들의 허탈감이 크다”고 착잡해했다. 그는 “인수 기업(하나금융)이 피인수 기업(외환은행)을 다시 토해내는 ‘승자의 저주’를 바라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1967년 설립 당시 외국환 전문 특수은행으로 출발했다. 정부의 수출확대 정책에 따라 외환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1989년 일반은행으로 전환하고, 외환업무를 바탕으로 한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은행으로 발전하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기세가 많이 꺾였다. 독일계 코메르츠방크에 인수된 뒤에도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2003년엔 사모펀드 론스타에 인수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이미지 추락의 시작이었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의 성장 동력을 회복시켜 옛 영광을 되찾아야 할 과제를 떠맡았다. 총선과 대선이란 정치일정에 얽혀 정치권에서 불거질 것으로 보이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특혜 논란’에도 직간접으로 대응해야 한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박탈감과 상처 입은 자존심을 치유하는 일도 무거운 숙제로 남아 있다. 이는 성장 동력 회복이란 과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윤용로의 장미’가 만개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부 파열음도 나오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 21일 ‘인천 청라경제구역 하나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전산센터 및 연수원을 정리하면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이 발끈하고 있다. 한 노조 간부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해 주겠다며 작성한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연수원 매각을 발표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연수원은 직원 재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외환은행 자산으로, 은행 자산을 여럿 팔아치웠던 론스타도 연수원만은 매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 행장이 첫 출근길에 선물로 받았던 장미 다발에는 ‘꽃’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가시’도 들어 있었다. 꽃을 활짝 피우는 탄탄대로와, 갈등으로 점철된 가시밭길이라는 두 갈래가 선택을 기다리듯 그 앞에 놓여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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