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신용대출 이자 30%대 ‘훌쩍’
대부업체와 비슷…“서민에 바가지 씌우는 꼴” 비판
금융지주계열 10%대 상품 영향 미미…당국 팔짱만
대부업체와 비슷…“서민에 바가지 씌우는 꼴” 비판
금융지주계열 10%대 상품 영향 미미…당국 팔짱만
‘15.72%’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지난달 저축은행의 가중평균금리다. 그러나 이 수치는 가계가 직면한 금리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가중평균금리는 이자가 낮은 기업대출, 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 비중을 따져 계산한 수치다.
급전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액신용대출 금리는 얼마일까? 저축은행중앙회의 공시를 보면, 은행과 대출상품·신용등급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신용 6등급 이하 이용자들의 신용대출금리는 30% 중후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급인 솔로몬저축은행은 32~36%,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35%의 이자를 받고 있다. 에이치케이(HK)저축은행은 대부업체(39%)의 금리와 다를 바 없는 38.9%나 됐다. 서민의 금융편의를 도모한다는 저축은행의 설립 근거를 무색하게 하는 수준이다.
‘헉’ 소리가 날 정도의 높은 금리로 이자장사에 몰두하는 행태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나 캐피털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다가 대출을 해야 하지만, 저축은행은 예금을 받을 수 있어 자체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해 그만큼 대출금리를 낮출 여력이 있다”며 “서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저축은행의 수신금리는 4.70%로 은행권(3.73%)에 견준 격차가 1%포인트 안팎에 불과하다. 저축은행들은 지금까지 수신금리는 꾸준히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려왔다.
고금리의 피해는 온전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정부의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로 제1금융권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점차 저축은행 등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궁지에 빠진 이들은 저축은행에서 제시한 금리가 합리적인지 미처 따져보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들은 소액신용대출 비중을 급격하게 늘려 가고 있다. 금융위원회 통계를 보면,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500만원 이하)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20%로 지난해 초에 견줘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그 비중이 이미 3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쪽은 신용대출 대상이 원금을 제때 상환받기 힘든 저신용자들인데다 부족한 점포 때문에 대출 영업을 모집인한테 의존하다 보니 고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부실화되면서 돈 굴리기가 힘들어져 예대마진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고충도 털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임직원들의 비리와 잘못된 경영판단의 책임을 서민들에게 전가시키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올해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된 일부 저축은행이 10% 후반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하면서, 금리 경쟁을 통한 전반적인 금리 인하 바람을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아직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 계열 신한저축은행이 10% 후반대의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출시 초기인데다 내부 정비가 완료되지 않아 실적이 미미하다”며 “조달원가가 낮아지고 수신 영업을 통한 금리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조만간 더 많은 중금리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저축은행 경영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팔짱을 끼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부실로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경영 정상화가 우선인 저축은행들한테 당장 대출금리까지 내리라고 지도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연행 부회장은 “감독당국이 저축은행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였으면 상식을 뛰어넘는 고금리도 감독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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