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30분 늦춰 문열자”…금융당국 ‘손사래’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 파악 우선돼야” 지적도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 파악 우선돼야” 지적도
은행 영업시간이 3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권 노사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나서 은행 영업시간 원상복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달 들어 시작한 노사 교섭 안건으로 은행 영업시간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영업시간을 현행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으로 30분 늦추자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 2009년 4월1일부터 ‘더 가까이서 더 빠르게 고객님의 하루를 함께 시작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영업시간을 변경했다. 주식시장이 오전 9시부터 개장되는 등 금융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것에 맞춘다는 명분도 있었다.
금융노조가 3년 만에 영업시간을 다시 되돌리자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은 출근시간만 빨라지고 퇴근시간은 그대로라는 직원들의 불만 때문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오후 4시에 영업시간이 마감돼 창구를 내려도 보통 밤 9~10시까지 일해야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노조 요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고객의 편의를 외면하는 논의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금융노조의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김문호 위원장은“3년 전 영업시간을 변경한 것은 당시 ‘얼리버드(Early bird)’가 유행했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삼성의 출퇴근 시간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박했다.
은행 영업시간 논란에는 또 다른 복선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노조의 영업시간 조정은 실제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보다 인력을 확충해 달라는 ‘협상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 영업시간을 조정할 경우, 자동입출금기(ATM)에서 해당 은행의 거래고객이 계좌이체, 현금인출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바뀐다. 타행 자기앞수표 입금 마감시간과 기업들의 전자어음 만기일 입금시간 등도 변경된다. 사용자 쪽은 영업시간을 조정할 경우 이처럼 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노조 쪽은 시스템을 고치는 것일 뿐 추가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은행권 노사와 금융당국이 은행 영업시간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고객의 희망 여부는 논의 대상에 쏙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은행권 노사는 다음달까지 집중 교섭을 벌인 뒤 6월 중 협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전국최악 투표율 부산2030, 이번에는?
■ 김용민 “아버지 어머니한테 협박전화는 좀…”
■ 투표율 변수 ① 민 “60%돼야 1당” ②30대 초반 ③날씨…
■ 하지정맥류 있는 사람 찜질방 가지 마라
■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이름 가진 물고기
■ 전국최악 투표율 부산2030, 이번에는?
■ 김용민 “아버지 어머니한테 협박전화는 좀…”
■ 투표율 변수 ① 민 “60%돼야 1당” ②30대 초반 ③날씨…
■ 하지정맥류 있는 사람 찜질방 가지 마라
■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이름 가진 물고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