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영어 대신 우리말로
실적경쟁보다 부서 화합 중시
“개인 고객에 공격적 영업”
실적경쟁보다 부서 화합 중시
“개인 고객에 공격적 영업”
“우리 외환은행이 달라졌어요!”
요즘 외환은행 직원들은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에 빗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2003년 8월 말 외환은행을 인수한 사모펀드 론스타가 올해 초 떠나자, 기업문화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단 회의 시간이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론스타 시절엔 행장이 외국인이어서 주요 회의는 영어로 진행됐다. 회의 자료를 한글과 함께 영어로도 만들어야 했기에 서류 준비 작업에 업무 부하가 많이 걸렸다.
회의 내용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과거 영어로 진행하던 회의에선 서로의 깊은 속을 몰라 회의가 늘어지기 일쑤였다. 지금은 우리말로 회의가 진행되면서 부서장의 속내를 알아차려 회의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달라진 회의 문화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도 나온다. 한 외환은행 관계자는 “옛날에는 임원들이 계급장을 떼고 직원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며 의사결정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임원들의 내심을 알게 되면서 ‘예스맨’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부서만 챙기는 부서간의 벽은 점차 무너지고 있다고 전한다. 론스타 시절엔 사업부별로 목표실적을 배정하는 성과주의 기업문화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성장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목표치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부·실·팀을 잘게 쪼개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부서는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회사 차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취약했다. 한 외환은행 부행장은 “론스타 시절엔 기업마케팅부와 개인마케팅부가 실적 경쟁을 하면서 따로 놀았다”며 “예컨대 기업마케팅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따오더라도 개인마케팅부에서 대출 금리를 내려줘 시너지(공동상승 효과)가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뀐 기업문화를 놓고 직원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부장은 “론스타 시절엔 개인고객 영업을 소홀히 해 은행의 존재감이 사라질 정도였다”며 “이젠 좀 더 공격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차장급 직원은 “시중 은행들이 덩치 키우기에 몰입하며 피에프 부실 대출을 키울 때도 론스타는 원칙을 내세우며 위기에서 한발 비켜섰다”며 “외환은행이 국내은행으로 편입되면서 덩치 키우기 경쟁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