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당·무배당 비용전가로
대주주에 배당 여부 검사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도
대주주에 배당 여부 검사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도
금융감독원이 대주주와 부당거래 가능성이 높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배당 결정 과정의 적정성 등에 대한 전방위 검사에 들어갔다. 대형 보험사들이 우회·편법 지원으로 대주주인 재벌총수 일가를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2일 “보험사의 대주주 등에 대한 부당지원은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보험사의 건전성를 악화시키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게 된다”며 “연초에 세워둔 검사운영계획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이번 검사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대주주가 있는 대형 생명보험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교보·신한·아이엔지(ING), 아이비케이(IBK) 생명도 대상이다. 손해보험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검사를 진행해 왔고 다음달 중에 조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일부 보험사가 자산운용이나 물품구입 등에서 계열사 몰아주기를 한 사실은 물론 회계처리 과정에서 원칙을 어겨 손실이나 비용을 전가하는 수법으로 대주주의 몫을 늘려온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혁세 원장은 지난달 29일 보험사 사장단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대기업 계열 보험사가 자산운용, 퇴직연금, 부동산 관리용역 등의 90% 이상을 계열사에 위탁해 그룹 이익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밝혀 부당 거래행위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임을 내비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지원이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정이 추상적이어서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라도 대주주 이익을 위해 소비자나 계약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특히 주목하는 대상은 유배당 상품과 무배당 상품 간의 비용전가 등을 통해 계약자(가입자)에게 돌아갈 몫을 대주주에게 빼돌렸는지 여부다. 유배당상품은 운용수익의 대부분이 가입자에게 주어지고, 반대로 무배당상품은 수익을 모두 주주에게 돌려준다. 예컨데 회계처리과정에서 보험광고, 보험설계사 인건비 등에 쓰이는 사업비(비용)를 무배당에서 유배당 상품 계정으로 돌리면 무배당상품의 이익이 커져 계약자에게 돌아갈 몫이 대주주 배당 등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검사 대상 보험사들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가 불거지니까 감독당국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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