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들과 술자리에서 폭언하며 소동
다음날 사과…금융당국 경위서 요구
다음날 사과…금융당국 경위서 요구
어윤대 케이비(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달 사외이사들과의 술자리에서 ‘소동’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케이비금융 쪽에 경위서를 요구하는 등 진상파악에 나섰다.
5일 케이비금융과 금융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어윤대 회장은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민은행 현지법인 개소식에 사외이사들을 초청했고, 이날 저녁 케이비금융 임원과 사외이사들이 참석한 술자리에서 폭언을 하며 술잔을 집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임원이 깨진 유리조각에 맞아 얼굴이 찢어지는 등 상처를 입어 종업원들이 응급처치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 회장은 당시 “아이앤지(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며 격한 울분을 쏟아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어 회장은 곧 김왕기 부사장의 만류로 자리를 떴고, 다음날 사외이사들에게 “술에 취해 실수했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 회장은 지난해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아이앤지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왔으나, 높은 가격과 보험업 불투명 등을 이유로 일부 사외이사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는 “(어 회장) 본인이 강한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일에 사외이사들이 반대하니,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감정이 쌓인 것이 울컥하며 터진 느낌이었다. 사외이사들의 (아이앤지 생명) 인수 반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며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쪽은 케이비금융 부사장 2명을 불러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갈등 과정 및 ‘술자리 소동’에 대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 회장이 술자리에서 폭언·욕설은 물론 술잔을 깨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참석한 사외이사들이 협박에 가까운 위협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진상을 조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6s최혜정 기자 idun@hani.co.kr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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