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상대 소송에서 고객 첫 승소
“특약없다면 담보권자가 부담해야”
집단소송 우려…신한 “즉각 항소”
“특약없다면 담보권자가 부담해야”
집단소송 우려…신한 “즉각 항소”
담보대출을 받을 때 시중은행에 낸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돌려주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고객이 일부 승소한 판결이 나왔지만, 은행을 상대로 고객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단독 엄상문 판사는 20일 장아무개씨가 “근저당 설정비를 반환하라”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엄 판사는 “해당 대출상품 설명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해 실질적인 개별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은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이고 신의성실 원칙에도 위배돼,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이거나 비용 부담에 관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엄 판사는 이어 “특약이 없는 한 담보권자가 원칙적으로 설정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인 점 등을 고려하면, 비용은 은행이 부담해야 하며, 이를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면 피고가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저당권 설정비는 담보대출 때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 등록세·교육세·신청수수료 등을 의미한다. 통상 1억원을 대출받으면 70만원 정도가 든다.
대법원은 2011년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게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지난해 초 은행들에 “2003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근저당 설정비 전액을 고객에게 환급하고 인지세는 50% 돌려주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소비자들이 금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시작했다.
이날 판결에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 대출 과정에서 근저당권 설정비를 고객에게 부담시킨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소송 판결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있을 선고에서도 은행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도 “이런 판결로 고객들과 법정 싸움을 벌이는 기간이 길어지고 집단소송이 남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쪽은 “기존에 승소했던 소송과 같은 사안인데 이번 판결만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며 “즉각 항소해서 상급심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사이에 열린 8건의 유사한 소송에서 모두 은행이 이겼다. 약관은 불공정하더라도 고객이 개별약정을 선택한 것은 자유의지라는 것이 판결의 주된 이유였다. 은행들은 2011년 7월부터 담보대출의 근저당 설정비를 자체 부담하고 있다.
이경미 송경화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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