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통위…4월 기준금리 결정
오는 11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깊다.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금리 인하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한은 내부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내려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김중수 한은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 사이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지금까지 다수 의견이다. 오히려 저금리 기조가 굳어질 경우 기대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 정부와 엇갈린 경기 진단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것은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3월28일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3%이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0.7%포인트나 내렸다. 경기침체를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 방침을 내놓고 한은도 경기활성화에 동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외신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정책은 ‘폴리시 믹스’(정책조합) 형태로 진행되어야 효과가 난다”며, 거듭 한은을 압박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같은 날 한은 주최 국제세미나에서 현 부총리에 정책공조론에 화답했다. 그는“정책효과가 서로 중복되거나 상충돼 조화롭게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책당국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총재가 강조한 정책공조는 목적이 다르다.‘거시경제의 건전성과 금융안정’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경기 진작을 위한 정책공조는?
내리자니 걱정
경제회복 국면 타고 있는데…
가계부채·금융불안도 우려
한은 금리인하 신중론 다수 의견 안 내리자니 또 걱정
“정책은 정책조합 형태 진행돼야”
경기침체 예상보다 더 심각 진단
정부·여당 금리인하 거센 압박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이다. 통화정책의 기조를 더 완화해야 할 만큼 경기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의 진단은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판단과는 사뭇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실물경제 지표가 다소 엇갈리지만 완만한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 회복속도가 다소 느리긴 해도 지금의 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판단도 대부분 한은과 일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달마다 집계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지난해 10월 기준치 100을 넘어선 뒤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Recovery) 단계를 지나 곧‘경제성장세가 강화’(Growth firming)되는 국면으로 간다는 게 오이시디의 분석이다. 노무라증권도 정부가 추경예산 방침을 발표한 뒤 이를 반영해 기존 2.5%이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상향 조정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와 이에 따른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외부에서 압력을 넣어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아니면 부작용? 한은이 금리 인하에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가계부채 문제의 악화와 금융불안의 우려 때문이다. 금리 인하의 기대효과는 민간소비와 투자를 살리자는 데 있다. 그러나 시중금리가 너무 장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조차 밑도는 상황이 이어져 가계부채가 누적되고 통화정책의 실효성도 크게 떨어진 실정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금리는‘금융억압’만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일부 금통위원들의 우려이다. 금융억압이란,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상승을 유발해 빚이 많은 채무자나 자산 부자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대신, 다른 불특정 다수의 경제주체들에겐 구매력 하락 등으로 그 만큼 손실을 떠안겨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최근의 남북간 긴장고조와 맞물려 금리 인하가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을 부추길 우려도 제기된다. 대내외 금리차이가 줄어들면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 등으로 원화 절하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3월 이후 4월8일까지 달러화에 대한 원화 절하율은 5.3%로, 일본 엔화(6.6% 절하)를 제외하고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경제회복 국면 타고 있는데…
가계부채·금융불안도 우려
한은 금리인하 신중론 다수 의견 안 내리자니 또 걱정
“정책은 정책조합 형태 진행돼야”
경기침체 예상보다 더 심각 진단
정부·여당 금리인하 거센 압박 복수의 한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이다. 통화정책의 기조를 더 완화해야 할 만큼 경기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의 진단은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판단과는 사뭇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실물경제 지표가 다소 엇갈리지만 완만한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 회복속도가 다소 느리긴 해도 지금의 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판단도 대부분 한은과 일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달마다 집계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지난해 10월 기준치 100을 넘어선 뒤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Recovery) 단계를 지나 곧‘경제성장세가 강화’(Growth firming)되는 국면으로 간다는 게 오이시디의 분석이다. 노무라증권도 정부가 추경예산 방침을 발표한 뒤 이를 반영해 기존 2.5%이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상향 조정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와 이에 따른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외부에서 압력을 넣어 한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아니면 부작용? 한은이 금리 인하에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가계부채 문제의 악화와 금융불안의 우려 때문이다. 금리 인하의 기대효과는 민간소비와 투자를 살리자는 데 있다. 그러나 시중금리가 너무 장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조차 밑도는 상황이 이어져 가계부채가 누적되고 통화정책의 실효성도 크게 떨어진 실정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금리는‘금융억압’만 심화할 수 있다는 게 일부 금통위원들의 우려이다. 금융억압이란,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상승을 유발해 빚이 많은 채무자나 자산 부자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대신, 다른 불특정 다수의 경제주체들에겐 구매력 하락 등으로 그 만큼 손실을 떠안겨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최근의 남북간 긴장고조와 맞물려 금리 인하가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을 부추길 우려도 제기된다. 대내외 금리차이가 줄어들면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 등으로 원화 절하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3월 이후 4월8일까지 달러화에 대한 원화 절하율은 5.3%로, 일본 엔화(6.6% 절하)를 제외하고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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