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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한방보다 안정 추구’ ETF 급성장…펀드시장 지각변동

등록 2013-09-05 20:02수정 2013-09-05 20:21

*ETF: <상장지수펀드>
하루평균 거래대금 8000여억
유가증권시장의 20% 달해
금융위기 뒤 연평균 43% 성장세
미국·일본·영국 이어 세계 4위

개별종목 아닌 시장흐름에 투자
저비용·안정 지향형 뚜렷해져
‘양적 성장 넘는 구조 변화’ 평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펀드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주식과 펀드의 기능을 합친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은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 펀드 붐 시절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한방’을 노리는 게 아니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투명하게 운영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저비용·안정 추구형의 투자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 138개의 국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000여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량의 5분의 1에 이른다. 거래 규모로만 미국과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다. 2002년 국내 첫선을 보인 지 11년 만에 상장지수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18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3%의 성장세다. 채현주 한국거래소 상품개발팀장은 “합성 상장지수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의 신규 상장과 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금융투자상품의 증가에 힘입어 연말까지 상장 종목수 150개, 순자산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처럼 상장지수펀드는 분산 투자의 원칙에 따라 설계된 금융투자상품이다. 코스피200 같은 대표 지수를 비롯해 주식, 채권,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상품을 구성하는 인덱스펀드의 일종이다. 주식형 상품의 경우 최소 10종목 이상에 의무적으로 나눠 투자해야 하고, 1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은 펀드 자산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예컨대, 자동차 상장지수펀드 1주를 사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연관성이 있는 각 구성 종목의 성과를 누릴 수 있어, 소액으로도 분산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

펀드이지만 일반 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개별 종목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 수수료는 일반 펀드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최근엔 주식이나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기존 상장지수펀드에서 나아가 장외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국외의 다양한 지수에 투자할 수 있는 ‘합성 상장지수펀드’가 선을 보여 상품 운용의 폭이 더 넓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1일 ‘킨덱스 합성-선진국하이일드(H)’와 ‘킨덱스 합성-미국리츠부동산(H)’을 거래소에 처음 상장한 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들도 관련 상품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성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높은 수익을 좇던 금융투자시장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고 있다. 펀드매니저에게 운용을 맡겨 고수익을 기대했던 액티브펀드보다 시장과 지수의 흐름에 맡겨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 중 상장지수펀드를 선호하는 층이 두터워진 것은 양적 성장을 넘어 펀드 시장의 구조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펀드 시장에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해온 액티브펀드가 거래비용만 비싸고 수익률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좀더 투명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투자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저성장 추세와 저금리 환경 아래 중위험·중수익 위주의 투자 패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같은 고속 성장은 다시 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운용사 입장에서 보면, 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커질수록 운용과 판매 수익이 줄어들어 시장 경쟁에 더 내몰리는 결과를 낳는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비용·안정 지향형 투자 행태는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펀드 판매 운용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 대응하거나 고부가가치 상품을 찾는 등 펀드시장의 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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