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825조7000억원 그쳐
저금리에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9월 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 잔액은 825조7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1.6%(13조1000억원) 늘었다. 1년 전보다는 3.6%(18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중에 7조8000억원 줄었다가 올해 들어 1분기 10조9000억원 증가한 뒤 3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5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뒤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하반기 들어 국내외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기업대출 증가 속도는 아직 느리다. 전년동기와 비교한 3분기 기업대출 증가율은 판매신용(외상구매)까지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5.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는 일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의 부실위험이 커진 데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자체 구조조정의 여파로 자금중개 기능이 취약해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3분기 중 기업대출을 금융기관별로 구분하면, 은행권은 13조9000억원 증가했으나 저축은행 신용조합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8000억원이 감소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은 1분기에 제자리에 머물렀고 2분기 1조원 감소하는 등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2조원 가까이 줄었다.
3분기 금융기관 기업대출을 용도별로 보면 생산설비 구매 등 시설자금 대출이 8조1000억원 늘어 지난해 1분기 8조9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비용과 원재료 구입 등에 소요되는 운전자금 대출은 5조원 증가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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