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생명보험·저축은행 포함
‘1+3 방식’ 패키지로 매각
KB금융·사모펀드와 ‘3파전’ 승리
중하위 농협증권, 단숨에 1위로
굵직한 증권사들 매물로 쏟아져
업계 판도 앞으로 요동칠 듯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훼손”
우리투자 노조, 법적 소송
‘1+3 방식’ 패키지로 매각
KB금융·사모펀드와 ‘3파전’ 승리
중하위 농협증권, 단숨에 1위로
굵직한 증권사들 매물로 쏟아져
업계 판도 앞으로 요동칠 듯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 훼손”
우리투자 노조, 법적 소송
엔에이치(NH)농협금융이 증권업계 선두인 우리투자증권의 새로운 주인으로 올라섰다. 우리투자증권 말고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이 많아 ‘짝짓기’ 결과에 따라 증권업계 판도가 요동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주력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보험·우리금융저축은행 등 3개 계열사를 묶은 패키지 매물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엔에이치농협금융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패키지 가운데 우리자산운용은 개별 최고가를 적어 낸 키움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엔에이치농협금융이 인수 가격과 자금조달 능력, 향후 경영 계획 등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케이비(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의 3파전으로 진행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서 인수가로 1조1500억원가량을 제시한 농협금융이 가장 앞섰다. 경합을 벌였던 케이비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개별 인수 가격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했으나, 대주주인 정부와 매각 주체인 우리금융이 묶음 판매인 패키지 매각 원칙을 고수하면서 탈락했다.
농협금융 계열인 엔에이치농협증권은 규모나 경쟁력에서 중하위권이지만, 국내 증권사 중 자산 규모 1위인 우리투자증권(29조7694억원)과 합칠 경우 단숨에 업계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3대 영역을 고루 갖춰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은 관료 출신인 임영록 케이비금융 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입찰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매각 방식은 최대 변수였다. 묶음 매각 방식은 농협금융에 유리했고, 개별 매각하면 케이비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묶음 매각과 개별 매각이라는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우리금융 이사회는 결국 ‘한묶음 매각’이라는 큰 원칙을 선택했다.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이 훼손되면서 헐값 매각과 배임 논란의 후유증을 남기게 됐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패키지 매각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취지에 맞지 않는다.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두개의 증권사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에 따라 1차 매물로 나온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혀왔다.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증권업계의 구도는 앞으로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는 이미 불황에 시달려온 증권사들이 매물로 여럿 나와 있다. 자산 규모 순위 10위 안에 드는 대형 증권사 중에는 현대증권(20조1469억원)과 동양증권(8조8342억원)이 있다. 업계 2위로 꼽히는 케이디비(KDB)대우증권은 내년쯤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이 예정된 산업은행이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대우증권을 팔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한 케이비금융한테는 또다른 기회다. 여기에 이트레이드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애플투자증권, 엘아이지(LIG)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인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대선 조기원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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