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잇단 “반대” 발언
“독립 존중해야” 한은쪽 불쾌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가 또다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12일 오전 기독교방송 ‘뉴스레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금리를 올려야 되겠다는 이유가 오히려 약화되면 약화됐지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콜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박 차관은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대해 “박 총재의 말씀은 금리정책이 경기 동향에 뒤따라 가서는 안되고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이론적으로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현재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건설·설비투자 부진, 고유가, 교역조건 악화 등 불안요인이 있는 데다 물가가 2% 수준으로 안정돼 있고 부동산 가격도 8·31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차관의 이날 발언은 “경기 회복세가 모든 부분에서 가시화되고 있어 금리정책의 방향조정을 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박 총재의 견해와 상당히 다른 것이다. 지난 8일 이철환 재경부 국고국장이 “한은 총재가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 데 이어 박 차관이 이날 이렇게 말하고 나오자 한은 간부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정책기획국장은 “금통위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재경부가 금통위의 금리결정 독립성을 존중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정규영 한국은행 조사·경제통계담당 이사도 “재경부가 ‘시중 유동성이 과도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은데, 우리는 현재의 경제활동 수준에 비춰 과잉 유동성이 잠재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의 발언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경부가 한은의 고유권한인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원론적으로도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자칫 통화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투신사의 한 채권운용 딜러는 “재경부와 한은이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시장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지금 금리가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 김성재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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