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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고생해봤자… 일할맛 안난다

등록 2005-09-19 19:34수정 2005-09-19 19:43

근로소득과 자산가격의 증가율 비교
근로소득과 자산가격의 증가율 비교
근로소득 8년간 36% 오를때… 땅값 63%·서울 아파트값 90%·주가 3배 껑충

서울 신촌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0)씨. 은행 차장인 남편 월급도 적지 않지만, 주변에서 명예퇴직 이야기가 계속 들리자 불안한 마음에 남편 퇴직 이후를 대비한다며, 35평 아파트를 27평으로 줄여 2억원을 마련하고, 대출 2억원을 받아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차렸다. 한 번도 바깥 일을 해본 적이 없지만, 한푼 두푼 버는 재미에 식당 바닥청소는 물론 구정물에 손 담그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점점 자라 엄마 품을 떠나려 한 뒤부터 낯선 손님처럼 찾아온 ‘주부 우울증’이 사라진 게 큰 소득이었다. 그런데 그는 올 초부터 우울증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몇천원짜리 볶음밥, 오무라이스를 파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쁘건만 집세 내고, 이자 내고, 종업원 월급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개업 초기에는 월 500만원 남짓 손에 쥔 것 같은데, 요즘 들어선 100만원도 채 안될 때가 적지 않다.

집 팔아 장사했다 후회만

그런데 2년 전 5억5천만원에 판 서울 목동의 35평짜리 아파트의 가격은 2억1천만원이 오른 7억6천만원이 됐다. 사업 밑천을 위해 옮겨온 27평 아파트는 같은 기간 3억5천만원에서 4억5천만원으로 1억원이 올랐다. 1억1천만원을 손해본 셈이다. 2년 동안 고생하며 번 돈을 넉넉히 잡아도 7천만원이 안 넘는다. 김씨는 “남편은 ‘괜찮다’고 하지만, 면목이 없다”며 “‘내가 뭐하러 이 고생을 하나, 가만히 있을 걸’하는 후회가 자꾸 든다”고 말했다.

‘일해서 번 돈’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가격이 훨씬 가파르게 올라 일반인들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꺾고 있다. 통계청이 매달 조사하는 도시 근로자 월평균 가구소득은 올해 2분기 310만9600원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의 228만7300원에 비해 8년 동안 36% 올랐을 뿐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건설교통부가 조사하는 전국 토지의 평균 공시지가는 ㎡당 1만4688만원(97년)에서 올해 2만3991원으로 63% 올랐다. <부동산뱅크>가 조사하는 서울지역 아파트 한 채의 평균가격은 97년말 2억503만원에서 올해 8월 말 현재 3억8922만원으로 90%나 올랐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평균 주당가격은 97년 말 7861원에서 지난 14일 현재 3만2002원으로 3배 이상 급등했다.

자산가격 상승률이 근로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반적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근로소득 증가율은 구조조정 등으로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자산가격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경기 촉진, 주가 부양 등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올라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세정책 통해 격차 줄여야”

박종규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과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가격이 근로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근로소득과 달리 부동산 평가이익 등은 국내총생산(GDP)을 늘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조세정책을 통해 그 격차를 줄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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