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케이비(KB)금융 징계조치를 논의할 임시회의가 열리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도마오른 무능 대응
금융위, 넉달 방관하다 초강경 선회
고위급 손놓고…“실무자급 검토 탓”
금감원장, 개각 앞 존재감 알리려
특별검사 직후 중징계 통보한 듯
제재심 경징계→중징계 논란키워
“윗선 눈치보다 사태 악화” 비판도
금융위, 넉달 방관하다 초강경 선회
고위급 손놓고…“실무자급 검토 탓”
금감원장, 개각 앞 존재감 알리려
특별검사 직후 중징계 통보한 듯
제재심 경징계→중징계 논란키워
“윗선 눈치보다 사태 악화” 비판도
* 신제윤 : 금융위원장, 최수현 : 금감원장
이른바 ‘케이비(KB) 사태’로 지주 회장과 행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고, 회장이 검찰에 고발되는 등 현재와 같은 난맥상에 이른 데는 금융당국의 원칙 없고 무기력한 대응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1억건이 넘는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도 경질되지 않고 자리를 보전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우선 금융위는 같은 금융당국인 금감원이 임영록 케이비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아온 지난 넉달여 동안 사태를 방관하다가 갈등이 악화되고 나서야 직무정지와 이사회 압박 등으로 ‘임 회장 몰아내기’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권한은 금융위가 갖는다. 6월26일부터 8월21일까지 이루어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위원 가운데는 금융위의 담당 국장도 당연직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담당 과장만이 제재심 회의에 대참할 정도로 금융위 쪽은 소극적이었다. 게다가 금융위 쪽은 “(금감원이)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한 제재를 강행하려 한다”며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내왔다. 이번에 최종 결정한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도 과하다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금감원과 긴밀한 협조 아래 일사불란한 대응을 보이기는커녕 엇박자를 드러내면서 혼선을 야기한 측면이 없지 않다.
뒤늦게 초강경 제재로 돌아선 데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에는 실무자급에서 검토한 의견을 낸 수준이고 금융위로 안건이 넘어오면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에선 사실상 8월 하순까지도 ‘적극적 개입’에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는 동안 케이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케이비 수뇌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청와대도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이후에야 금융위도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질설에 휩싸인 최수현 금감원장은 임 회장이 ‘버티기’로 일관하도록 빌미를 준 장본인이나 다름없다. 금감원은 지난 6월5일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마무리한 지 불과 나흘 만인 9일 곧바로 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정치적 의도가 담긴 성급한 제재 아니냐’는 비판이 즉각 흘러나왔다. 당시는 개각이 임박한 민감한 시기였다. ‘쇼잉’(보여주기)을 좋아하는 금감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제재에 나섰다는 분석이 파다했다.
게다가 두 달을 끌어온 제재심의회에선 징계 수위가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완화됐고, 이를 다시 금감원장이 중징계로 끌어올리면서 징계 당사자가 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빌미를 준 것이다. 제재심 이후, 지난 4일 최 원장이 중징계 결정을 발표하기까지는 보름이나 걸렸고 이 기간 동안에 케이비금융의 회장과 행장은 ‘템플스테이 갈등’과 검찰 고발 등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케이비금융 사태는 근본적으로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데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능함마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수장인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비 사태는 향후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당국은 법령에 정해진 제재 원칙에 바탕하되, 사안별로 적극적 재량권을 가지고 독립적이면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케이비 사태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윗선’의 시그널(신호)에만 의존하며 눈치를 보다가 사태를 키웠다”며 “이런 방식을 지속하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당국의 권위가 서지 않을 뿐 아니라 제재와 감독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만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후 케이비(KB)금융 징계조치를 논의할 임시회의가 열리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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