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규칙 입법예고…내달 시행
추천위 구성·추천경력 등 공시해야
“KB사태로 불똥…경영권 침해 행위”
추천위 구성·추천경력 등 공시해야
“KB사태로 불똥…경영권 침해 행위”
앞으로 대기업 계열의 보험사와 카드사, 증권사 등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가 엄격해질 전망이다. 재벌 총수가 그룹 인사 차원에서 마음대로 계열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를 임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경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입법예고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다음달 10일 시행되면, 이를 적용받는 금융회사 118곳은 시이오와 집행임원의 자격요건 등을 마련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상시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또 임추위가 이사회에 시이오 후보자를 추천할 때 추천 경로와 추천 경력, 추천 사유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그룹 인사 차원에서 시이오 선임이 이루어져온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의 임원 선임 방식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모범규준을 적용받는 대기업 계열의 금융회사로는 삼성그룹의 생명, 화재, 증권, 카드, 자산운용 등과 한화그룹의 생명, 증권, 자산운용, 동부그룹의 생명, 화재, 증권, 현대자동차그룹의 카드, 캐피탈 등 20곳가량이 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산업자본이 지배해온 보험·카드사 등에서는 임원 후보를 추천하는 별도의 기구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모범규준이 적잖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 연말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에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하며,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도 2011년 삼성화재 사장이 되기 전까지는 마찬가지로 금융 계열사에 몸담은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추위가 시이오 후보자를 추천할 때, 학력이나 약력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해당 분야의 경력을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인사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해당 금융회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대기업 계열 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하면 이사회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절차를 밟아왔다”며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진 ‘케이비(KB) 사태’로 불똥이 옮겨붙은 것 같은데 대주주가 있는 회사에 이런 규준을 적용하는 것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황보연 방준호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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