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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우리은행 ‘분산 매각론’ 급부상

등록 2014-11-30 21:42수정 2014-11-30 22:06

이달 4일 공적자금관리위 전체회의
‘소수 지분 낙찰자’ 선정할 계획
우량 기관투자자에 지분 팔아
‘과점 주주군’ 만드는 방안 거론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우리은행 매각이 네 차례나 불발로 끝나면서 향후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전략이 기로에 섰다. 다시 우리은행의 주인찾기(단독 지배주주)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 흥행에 성공한 소수지분 입찰로 전면 전환할 지가 심도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대주주에게 은행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과점주주군에 지분을 쪼개 파는 분산매각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은행 소수지분 입찰에 대한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우리은행 소수지분 입찰에 접수된 물량은, 투자자 유인책으로 제시한 콜옵션 부여 물량(8.99%)을 제외한 대상 물량 17.98%를 훌쩍 넘긴 23.76%에 이르렀다. 매도자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제시한 예정가 이상을 제시한 입찰 참여자 가운데 높은 가격을 써낸 순으로 희망하는 지분을 팔게 된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 안방보험의 단독 참여로 유찰된 경영권 지분 30% 매각 방안의 후속대책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계속 시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며 “다만 내년에 어떤 방식으로 매각을 성사시킬지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후속대책 논의가 앞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속대책 논의는 정부가 고수해온 경영권 매각 방안을 내년에 분산매각으로 전환할지 여부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2001년 설립한 우리금융지주에 우리은행(옛 한일·상업은행)을 편입한 뒤,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민영화를 계속 추진해왔다. 공모와 블록세일 등으로 일부 지분을 팔아 현재 정부(예보) 지분은 56.97%다.

그동안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으로는 일괄매각과 분산매각이 거론돼 왔다. 일괄매각은 특정인(혹은 국내외 투자자가 묶인 컨소시엄)에 은행 경영권 지분(30% 이상)을 넘기는 방식이다. 정부가 2010년 이후 이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이 방식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과거에는 기존 은행 중심 금융지주 회사가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됐다. 2012년에는 케이비(KB)금융이 인수 참여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이번 4차 매각에서도 중국 안방보험만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못했다.

정부는 줄곧 일괄매각 방식을 선호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팔 수 있어 공적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3조원대의 자금여력을 지닌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려운데다 공공성이 강한 은행의 특성상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4% 초과 지분보유 제한 등 규제 문턱도 높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개인이 지배주주인 교보생명의 입찰 참여 의사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데서 나타난 것처럼, 특혜 시비 등에서 자유로운 인수 후보를 찾기도 어렵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지난 27일 <한겨레>에 “(경영권 지분 매각에 실패할 경우) 내년에 경영권 지분 매각을 다시 시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견줘 분산매각은 불특정 다수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분산매각은 이번 4차 매각에서 처음 시도한 소수지분 희망수량경쟁입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좀 더 세부적인 평가를 해봐야겠지만 다양한 투자목적을 가진 투자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미 금융권 안팎에선 경영권 지분 매각 물량 30%를 내년에 쪼개 매각할 경우 대상 물량을 모두 팔지 못하더라도 정부 지분은 낮아져, 최소한 우리은행이 예보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에서 벗어나는 실질적 민영화의 발판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분산매각 중에서도 국민주 매각이나 블록세일보다는 우량한 기관투자자들에게 5% 안팎의 지분을 팔아 과점주주군을 형성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외 은행 상당수가 과점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50대 은행(자본 기준)이 대부분 단독 주주가 지배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과점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케이비(KB)와 신한, 하나은행 등이 모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중심의 과점 형태 소유구조를 띠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는 “1인 대주주의 ‘바윗돌’ 소유구조나 국민주처럼 흩어져버리는 ‘모래알’ 구조에 견줘 경영감시가 가능한 기관투자자 중심의 과점주주군, 즉 ‘자갈돌’ 소유구조를 형성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완전 분산매각으로 가면 장기적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해 은행이 소유·지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업에 대한 사명감과 경영능력이 검증된 국내외 과점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 투자가 가능한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와 글로벌 금융회사,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대주주 그룹을 구성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식을 취할 경우, 은행의 지배구조가 관치금융에 휘둘리지 않고 책임경영이 가능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에게 제한적 경영참여 방안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한은행처럼 소수지분을 나눠있는 주주들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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