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정가격’이 발목
대상 30%만 낙찰…외부투자자 없어
대상 30%만 낙찰…외부투자자 없어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불발로 끝난 데 이어, 소수지분 매각도 낙찰물량이 6%를 밑돌아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입찰 예정가를 너무 높게 써 낸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헐값 매각’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다가 ‘공적자금회수 극대화’의 덫에 갇혔다는 평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은행 소수지분 입찰에 접수된 23.76%의 물량 가운데 5.94%(매각대금 4531억원)를 낙찰물량으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공자위는 경영권 지분 예비입찰에서 중국 안방보험 한 군데만 제안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입찰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소수지분 낙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애초 우리은행의 정부(예금보험공사) 지분은 모두 56.97%가 남아 있었다. 공자위는 경영권 매각을 위한 지분 30%를 제외한 26.97%를 소수지분 희망수량경쟁입찰로 내놨었다. 이 가운데 낙찰 물량의 절반을 주기로 한 콜옵션 분을 남겨둔 17.98%가 실제 소수지분 매각대상이었다.
지난 달 28일 소수지분 입찰 접수가 마감됐을 때만해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접수된 물량이 매각 대상의 1.32배에 이르는 23.76%나 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입찰마감 직전에 공자위가 산정한 예정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41조에 따라, 낙찰자로 선정되려면 비공개로 제시한 예정가격 이상을 써내야하는데, 이를 넘지 못한 물량이 많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수지분 입찰은 대상물량의 30% 선에서 낙찰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우리은행 사주조합과 우리은행이 별도로 조성한 펀드 지분을 제외하면 외부 투자자 매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선 미세한 가격 차이로 탈락한 외부 투자자가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네번째 경영권 매각 불발에 이어, 이번에 처음 시도한 소수지분 입찰도 부진해 이를 주관한 금융당국과 공자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정가를 시장의 관측보다 높게 설정한 것 같다”며 “헐값 매각을 피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공자위는 이번에 팔지 못한 우리은행 정부 지분 48.06%에 대한 매각 방식 및 추진 시기를 추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지원 자금 회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정부가 사실상 조기 민영화를 추진하지 못해, 더 큰 손실을 부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자위에 따르면, 예보채 이자 상환에만 연간 2000억원 가량이 들어가며, 지난해 이미 누적 이자금액이 5조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우리은행의 주가는 2007년 2만원을 넘겼지만 4일 현재 1만1000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에 집착한 나머지 경영권 매각을 고수하다가 시간만 끌었는데 소수지분 매각에서도 예정가를 높여쓰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며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문책을 받을까봐 몸을 사리는 공무원들의 의사결정 부담을 정치권 등에서 덜어주지 않으면 우리은행 민영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