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6일부터 28일까지 전남 광양에 사는 농협 고객 이아무개씨의 계좌에서 1억2000만원가량이 빠져나간 대형 인출 사고가 벌어졌다. 사흘 동안 무려 41차례에 걸쳐 299만원씩 이씨의 돈이 텔레뱅킹을 통해 다른 은행 계좌들로 인출됐다. 돈이 정체불명의 대포통장 계좌로 인출되는 동안에 보안카드 입력 오류는 단 두 차례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뒤에야 본인의 돈이 인출된 사실을 알아챈 이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농협에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이 구축돼 있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텔레뱅킹 사고 등 금융사고를 사전에 적발할 수 있는 에프디에스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에프디에스는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속 정보와 거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불법 자금이체 등 의심스러운 거래를 찾아내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에프디에스를 가동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부산은행 등 3곳뿐이다. 비용 부담이 있는데다 자칫 고객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탓에 조기 도입을 꺼리는 기류가 은행권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권 에프디에스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 안에 에프디에스 구축이 확산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 협의체에는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과 대우·대신·삼성·우리·미래에셋증권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3단계로 이상금융거래 차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1단계로 피시(PC)나 모바일의 금융거래 접속 정보를 수집해 기초적인 이상금융거래 차단에 나서고, 내년에는 이를 확대해 고객들의 거래 패턴에 대한 정보를 얻어 좀더 정교한 분석에 나서도록 할 예정이다. 이어 2016년까지는 금융회사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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