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그룹별 감독 시스템 추진 방안’ 마련…내년부터 시행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삼성과 한화, 동부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두고 있는 재벌그룹에 대해 개별회사를 넘어서 그룹 단위로 금융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1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에 의한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그룹별 감독 시스템 추진방안’을 마련해, 오는 하반기에 공청회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29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그룹 전체에 적용되는 건전성 감독규제를 도입하는 한편, 검사 체계도 개별회사 혹은 금융업권별이 아닌 그룹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그룹별 감독을 추진하는 배경은 이렇다. 현재 케이비(KB), 하나, 신한 등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그룹들이 엄격한 감독 규제를 받는데 견줘,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재벌그룹들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룹 내 계열사 대부분이 금융회사인 교보생명그룹, 미래에셋그룹 등과 삼성과 한화, 동부, 태광산업 등 금융계열사를 여럿 거느리고 있는 재벌그룹이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금융계열사의 동반 부실을 부른 ‘동양 사태’가 벌어진 2013년에도 그룹 단위 감독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당시 동양그룹은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의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동양 등 부실 계열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해왔다. 금융지주그룹들이 그룹 차원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기자본비율을 규제받고 부당 내부거래 금지 등의 감독을 받고있는 반면에 동양그룹과 같은 곳은 계열 금융회사별로 감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룹 전반의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옮겨붙는 것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그룹단위 감독을 벌여왔다. 2002년 유럽연합(EU)이 금융복합그룹에 대한 통합감독 원칙을 발표했고 일본도 2005년부터 유사한 감독지침을 만들었다. 이미 1999년에 그룹차원의 감독원칙을 제시한 바 있는 ‘조인트 포럼’(Joint Forum·은행, 증권, 보험권역을 아우르는 금융감독 국제기구)은 2012년에는 금융복합그룹 내의 모든 회사를 자본적정성 평가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는 등 한층 엄격한 기준을 권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한국에 대해 그룹 차원 위험을 관리하는 감독이 국제 기준에 미흡하다며 개선을 권고한 것도 이런 국제적 흐름에 뒤쳐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룹 단위의 감독이 시행되면, 대주주의 신용공여 한도, 자본적정성 평가 등이 그룹 내 금융계열사 전체를 합친 상태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또 비금융계열사가 금융계열사에 끼칠 수 있는 위험까지 포괄하는 감독이 가능하며, 보험 등 2금융권에는 도입되지 않은 부적격 대주주에 대한 규제도 마련될 수 있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제도팀장은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그룹들은 계열사 출자로 자본이 여러번 계산되기 때문에 위험대비 자기자본이 과대평가된다거나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적발이 어렵기 때문에 그룹 전반의 감독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동양그룹의 경우에도 그룹내 계열사 출자를 모두 공제한 뒤에 금융계열사 전체의 자본적적성을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면 총수일가의 탈법행위를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재벌그룹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금융위의 추진 의지가 최대 관건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업무계획을 내면서도 1분기까지 대기업계열 금융그룹에 대한 모니터링을 전담할 감독부서를 지정하고 통합감독체계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진척된 것은 없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확정하면서 재벌그룹들의 반발로 애초 시행안을 수정해, 2금융권에는 최고경영자(CEO) 선임 규제를 제외해준 바 있다. 이번에도 재벌그룹의 반발 강도에 따라, 감독 대상이 될 그룹의 범위와 직접적인 규제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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