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중으로 증권·보험사 혹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 한두 곳이 문을 열 전망이다. 제2금융권 업체가 대주주이거나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소수 지분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금융개혁회의 논의를 거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금융위는 일단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4%로 제한(은산분리)하는 현행 은행법 기준에 맞춰 사업자 한두 곳에 대해 시범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오는 9월 중 신청을 받아 12월에 예비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본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정보통신기술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은행법 개정을 자신할 수 없어 우선 가능한 법 테두리 안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현행 은행법 아래에서 인가가 이뤄지는 만큼, 출자 지분 제한이 없는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기존 금융업체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가장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참여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롯데그룹이 최대 4%의 지분을 보유한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2금융권에선 금융투자협회가 여러 증권사들과 공동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다수의 정보통신기술 업체가 지분을 나눠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주주 구성도 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선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모바일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내놓은 다음카카오가 가장 의욕적이다. 케이티(KT)와 에스케이씨앤씨(SK C&C)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은행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자에 대해선 사실상 시범인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여러 정보통신기술 기업과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본격적인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안도 확정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50%로 대폭 높이는 내용이다. 다만 재벌 대기업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제외하기로 했다. 최소자본금도 일반은행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내려 진입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영업 범위는 원칙적으로 일반은행과 차별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 일부에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정부안대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어 “정부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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