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지분을 조금씩 나눠 파는 ‘분산매각’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11월 외환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대주주인 론스타의 투명경영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외환은행 누구에게? - ③ 새주인 찾기, 새 대안은 없나
외환은행 인수전에 나선 국내·외 은행들이 치열한 눈치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와 금융권·학계를 중심으로 외환은행 새 주인찾기에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새 대안으로, 사모펀드(PEF)를 포함한 토종자본을 주축으로 한 전략적 투자자들이 외환은행의 지분을 조금씩 나눠 사들이는 ‘분산 매각·인수’ 방식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외국자본의 과도한 국내 은행산업 지배로 은행의 공적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외환과 기업금융 비중이 큰 외환은행을 ‘토종자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또 나라 경제의 ‘혈관’인 금융시스템이 단일 주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후진적 소유구조를 이번 기회에 한 번 바꿔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연기금·펀드등 공동인수 현실성 탐색
‘주인없는 은행’ ‘신관치’ 논란 넘어야
국내은-론스타 ‘주식 맞교환’ 도 검토 “단독 인수, 현실적으로 어렵다” 외환은행이 론스타의 손을 떠나 다시 다른 외국계 자본의 손에 넘어갈 경우, 외국 자본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이 거세게 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상황이다. 론스타로의 매각 자체가 ‘문제’로 지적받는 마당에, 또다시 외국계로 넘어간다면 국민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그리 녹록치 않다. 국내 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외국자본으로부터 국내 은행산업을 보호할 수 있겠지만, 인수금액이 너무 커 단독 인수할 수 있는 은행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론스타 지분을 대량 인수해 외환은행을 국책은행으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높은 인수가격 탓에 1개 은행의 단독 인수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우리·신한지주·농협 등은 외환은행과 비슷한 시기에 매물로 나올 엘지카드 인수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식 맞교환 형태의 ‘자본결합’을 통한 인수·합병설도 제기되고 있다. 거액의 현금을 론스타에게 쏟아붓는 대신, 두 은행의 주식을 서로 교환한 뒤 론스타가 지분을 시장에 조금씩 내다파는 식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이 너무 커 단일은행의 인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맞교환 방식을 이용하면 인수하는 쪽의 자금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현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엘지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미국·유럽 등의 대형은행이 합병하는 과정을 보면 일시에 다량의 지분 인수를 하기보다는 두 은행이 주식을 맞교환하는 ‘자본결합’ 방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안, 지분 ‘분산소유’ 시민단체와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산업자본, 연기금·공공 자본·펀드·종업원 등의 ‘전략적 투자자’들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50.53%, 약 3조6천억원)을 조금씩 나눠 인수하는 ‘분산소유’ 방식을 새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은행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해 은행의 수익성과 공공성을 균형있게 맞춰나가고, 단독 인수의 자금 부담도 덜어주자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본부 김용기 연구위원은 “은행이 금융중개 기능을 원할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은행산업의 소유구조 탓이 크다”며 “특정 자본에게 과도한 은행 지분을 주는 현재의 소유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외환은행의 소유권을 국내 민간은행이나 외국은행같은 ‘사적 자본’에게 50% 이상 몰아주는 것은 국민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인수 방안별 장·단점
실제 외국 대형은행의 경우, 대부분 단일 주주의 지배가 아닌 국내외 주주들에 의한 분산소유 형태를 띄고 있다. 자산규모 세계 2위의 미국 씨티그룹의 경우 주요 주주들도 5%대 이하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 3위의 스위스계 유비에스나, 독일의 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등도 절대 대주주없이, 주요 주주들이 지분을 분산소유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금융정책·제도팀장은 “이번 외환은행 매각에서는 2년전 투기자본 론스타에게 매각할 당시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론스타 지분을 분산매각하도록 해 지배구조를 균형있게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도 “국내 전략적 투자자들로 이뤄진 사모펀드(PEF)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는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의 황영기 회장이 “국민연금·삼성·에스케이 등 국내투자자들에게 4%씩 분산매각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분산 매각·인수 방식이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우선 몇몇 재벌기업이 은행 지분 매입에 나선 뒤 연합할 경우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공 자본 등의 전략적 투자자들을 사모펀드(PEF)형태로 끌어들일 때, 정부나 금융감독 당국이 주도할 경우 ‘신관치금융’의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또 분산된 지배구조가 ‘주인없는 은행’을 만들어 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부정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은행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을 맡기면 ‘주인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의 공공성·수익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운영위원은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때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는 현행 은행업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외환은행 주식의 분산매각·인수가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론스타 일방매각 제동 정부·시민단체가 나서야” 투기자본감시센터 유철규 교수 인터뷰
“론스타 일방매각 제동 정부·시민단체가 나서야” 유철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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