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여금고
궁금증 ‘톡’
여름 휴가철과 같이 집을 오랜기간 비우게 될 때면, 귀중품 관리에 부쩍 신경을 곤두세우게된다. 그렇다고 은행 대여금고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브이아이피(VIP) 손님만 가능하겠지?’, ‘보관료는 얼마나 비쌀까?’ 등의 걱정이 앞서는 탓이다. 이런 오해로 신청조차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지만 알고보면 은행 대여금고는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12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은행 거래 고객은 모두 대여금고 이용 대상이 된다. 거래실적이 양호하고 자산이나 신용이 확실하면 된다. 다만 대여금고가 부족할 경우엔 평소 거래 규모가 큰 고객들이 우선 서비스를 받는다. 한 시중은행 홍보 담당자는 “거래규모가 크지 않은 일반 고객들도 저렴한 수수료로 대여금고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여금고를 쓸 때는 임대보증금과 수수료를 내야 한다. 대여금고 크기에 따라 비용은 차이가 난다. 대체로 가장 작은 금고(1년 보관 기준)는 임대보증금이 5만원(돌려받음), 수수료 1만원이다. 가장 큰 대여금고의 경우 임대보증금이 30만원, 수수료는 3만5천원이다. 1년 동안 1만원~3만5천원만 내고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 예금 잔액이 많은 이른바 ‘브이아이피 고객’이나 영업점장이 인정하는 고객은 임대보증금과 수수료가 면제된다.
대여금고를 신청하려면 해당 영업점에 금고가 설치돼 있는지, 여유가 있는지 전화로 확인한 뒤 찾는 것이 좋다. 신분증과 도장을 갖고 방문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대여금고는 잠금 및 해제 방식이 두가지다. 직원과 고객이 열쇠 두개를 나눠갖은 뒤 함께 사용해야 금고를 열 수 있는 방식과, 고객이 혼자 비밀번호와 지문을 이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대여금고에는 예금증서와 채권, 화폐, 귀금속 및 보석 등 모든 중요 물품을 보관할 수 있다. 위험물품 등 보관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심이 들 때는 은행이 보관을 거절할 수 있다. 이용 고객은 하루에 횟수 제한없이 수시로 대여금고에 물품을 넣었다 뺄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홍보실 직원은 “대여금고 업무규정은 ‘필요할 경우 보관이 적합한지 고객 물품을 확인할 수 있다’고 돼 있긴 하다. 하지만 통상 직원은 대여금고가 있는 곳까지 고객을 안내하고 금고를 열 때는 옆에서 지켜보지 않기 때문에 금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휴가철이나 명절 때 대여금고 무료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경남은행은 오는 31일까지 전국 70개 영업점에 설치된 대여금고를 무료로 임대해준다. 경남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된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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