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저축은행·보험사·카드사·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들도 시중은행 수준으로 폭넓게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고객의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제도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제2금융권은 현재보다 금리인하 적용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이후에 대출자가 취업 또는 승진, 신용등급 개선, 소득 및 재산 증가 등으로 신용도가 좋아진 경우,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 2002년 도입돼 금융업권별로 표준약관(여신거래기본약관)에 금리인하요구권이 명시돼 있지만 여전히 고객들이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데다, 금융회사도 대출을 할 때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금감원의 조사 결과, 시중은행에 비해 제2금융권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수준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경우 18곳 모두 금리인하요구권 세부 운영기준을 자체 내규에 반영하고 있지만, 제2금융권은 전체 183곳 가운데 68곳(37.2%)에 불과했다. 또 제2금융권은 금리인하요구권이 적용되는 대출 종류나 행사 요건도 시중은행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이러다보니 최근 1년간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대출 잔액이 시중은행은 68조5000억원(14만7916건)인데 비해, 제2금융권은 16조5000억원(12만5888건)에 그쳤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3분기부터 제2금융권의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금리인하 인정 사유, 적용대상, 요구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을 금융회사 내규에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제2금융권 금융회사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가리지 않고 금리인하요구권 행사를 받아주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제2금융권 금융회사는 기업대출이나 담보대출에 대해선 금리인하요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최근 1년간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에 대해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실적이 있는 제2금융권 금융회사는 23%에 불과했다.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제2금융권 금융회사별로 서로 다른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조건도 통일할 방침이다. 가계대출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요건에는 취업과 승진, 신용등급 개선, 우수고객 선정, 소득과 재산 증가, 자격증 취득 등을 모두 포함하고, 기업대출의 경우 재무상태 개선, 회사채 등급 상승, 특허 취득, 담보 제공 시에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에 대해선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충실히 설명하도록 지도하고, 내년 중에 암행점검(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은행 영업창구에서 실제 제대로 설명되고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는 “계획대로 제2금융권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이 활성화되면,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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