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가 개시된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영업2부점에서 행원이 펀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5.9.21 (서울=연합뉴스)
“정치금융하면서 글로벌금융 외치나”
은행 직원들 비판 목소리 쏟아져
일부 노조선 “강제할당 말라” 나서
은행 직원들 비판 목소리 쏟아져
일부 노조선 “강제할당 말라” 나서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지시한 사실이 공개되자(<한겨레> 9월23치 1면), 이 은행 직원들은 물론 다른 은행 직원들도 ‘관제모금 행사가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23일 시중 은행 직원들을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의 ‘은행 라운지’ 모임에 오른 글들을 살펴보니, 청년희망펀드 강제 가입을 지시받은 사례와 함께 불만을 담은 글들이 여럿 나왔다. ‘블라인드’ 앱은 회사 동료나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서로 익명으로 소통하는 커뮤니티다. 가입할 때 자신의 직장 전자우편으로 인증을 하기 때문에 회사를 속여 활동할 수는 없다.
케이이비하나은행 직원들은 “진짜 고발하고 싶다” “오늘 돈 뜯겼다” 등의 글로 불만을 드러냈다. 지인 명의로 추가 가입을 지시받은 것으로 보이는 한 직원은 “친구들 명의를 빌려 내 돈을 때려박느니, 차라리 내 명의로 돈을 더 내는 것이 속 편하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케이이비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정부가 왜 직장인 돈을 뜯어내 청년 실업을 구제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청년 실업은 세금으로 지원하거나 기업에 호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금모으기 운동처럼 아쉬운 소리하자니 자존심 상하니까 공익신탁 펀드를 만들어 은행원에게 강매하고 있는 셈”이라고 썼다. 케이비(KB)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정치금융을 펼치기에 이만한 나라도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정부는 어떻게 글로벌 금융을 외치는가. 그냥 전국민한테 기부금을 강제하라”고 지적했다.
은행 직원들 불만이 높아지자 신한은행 노조의 경우 사쪽의 강제 가입 지시를 차단하고 나섰다. 신한은행 노조는 전날인 22일 저녁 노조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본인 의사에 반해 신규 가입을 한 직원은 정정하고 향후 강제 할당 지시를 받으면 노조로 신고를 바란다’고 전했다. 신한 노조는 사쪽에 강제 할당 철회를 요구했고, 사쪽도 각 영업본부를 통해 강제 할당 금지를 통보하고 본부장에게 주의를 당부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이들 은행은 <한겨레> 보도 뒤 가입 지시를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일부 영업점들은 실적 경쟁 때문에 자체적으로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각 영업점이 메신저나 문자메시지로 청년희망펀드에 얼마나 가입했는지 보고하는 연락이 돌았었다. 우리 지점은 가입자 전원이 직원이었다. 그런데 오늘부터 (실적 관련) 연락이 일절 없어졌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본점에서 조직적으로 지시를 내린 적은 없지만 책임자들은 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적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보니 영업점마다 (가입 독려)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청년희망펀드 기부금 모금 형태가 군사정권의 관제적 성금 모금과 유사한 형태로 변질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김정필 김효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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