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상담만 받아도 무조건 사은품을 드립니다”
홈쇼핑이나 케이블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보험 광고다. 사은품의 품목도 다양하다. 커피와 도넛, 전동 드릴, 그릇세트, 미니 재봉틀, 해먹, 캠핑 의자, 믹서기까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상담만 받아도 이런 사은품이 공짜라니, 귀가 솔깃해지기 쉽다. 한편으론 ‘진짜 보내줄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홈쇼핑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담원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뒤 주소를 남기면 사은품을 보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통 전화번호를 남기도록 유도하고, 상담원이 추후 전화를 해 보험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집된 전화번호와 주소 등은 이후 보험사의 마케팅 정보로 활용된다. 결국 사은품은 고객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대가인 셈이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공짜 쿠폰을 받거나 경품에 응모할 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상담만 받아도 주는 사은품’은 가격 상한선이 있다. ‘보험업 감독 규정’은 최초 1년간 내는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의 경품만 허용한다. 겉으로 아무리 비싸고 좋아보이는 상품이라도 ‘3만원 이하’라는 얘기다.
지난 2013년, 운전자 보험을 판매하면서 ‘상담만 받아도 블랙박스를 준다’며 소비자들을 현혹했던 한 보험사의 광고가 입길에 올랐다. 3만원 이하 규정에 맞추다보니 실제로 제공된 사은품은 메모리카드와 케이블 등 주요 부품이 없는, 속이 텅 빈 ‘깡통 블랙박스’였기 때문이다.
또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홈쇼핑도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하나의 ‘독립 보험 대리점’(GA)이기에 사은품을 어떤 것으로 할지는 홈쇼핑이 결정한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사은품을 마련하려다보니 싼 값에 대량 생산하는 중국산 제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보험 판매의 ‘프라임 타임’은 밤 9시40분~10시40분이다. 퇴근 뒤 집에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보험 판매 방송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다.
‘상담만 받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준다’던 사은품을 장기간 보내지 않거나 아예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홈쇼핑 피해 민원 1위는 ‘보험’이었다. 그 중 불완전판매(기본 내용 및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경우) 등 보험 상품 자체와 관련된 내용이 가장 많았고 ‘약속한 사은품 미지급’과 ‘지연 지급’이 뒤를 이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사은품을 대량으로 조달하다보니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보통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3~4주 안에는 보내준다. 미지급 등 일부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험업계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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