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이주연(39)씨는 최근 한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무료로 체험 중이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키·체중·성별·나이 등을 입력하면, 권장 1일 섭취 칼로리를 알려주고 식단에 따른 열량도 알아서 계산해준다. 이씨는 “운동량이나 음식 섭취량 등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일정 포인트가 넘으면 보험료도 깎아주니 1석2조 아니냐”며 “이 회사의 보험 가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하세요. 보험료를 깎아드립니다!’
최근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자가 건강관리를 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란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 상태 점검, 생활 습관 개선 등의 총체적인 부가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보험사들이 내놓은 헬스케어 서비스는 대부분 보험 가입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운동시간·식사량·수면습관 등을 기록하고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이씨가 가입한 알리안츠생명 ‘올라잇 페이백’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에이아이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엔 의료비와 보험금 지급이 폭증할 수밖에 없기에 ‘선제적 예방’이 필요하다. 헬스케어는 결국 보험사와 고객 양쪽에 이득이 된다”며 “자동차 보험업계가 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비 증가 억제’라는 명분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험업계의 속내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큰 헬스케어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일부 국가에선 이미 보험사가 헬스케어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 대표 보험사인 시그나는 기업에 의료전문가를 파견해 직장 헬스케어 센터를 운영하며 체중감량·당뇨병 관리·암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개인에게도 이와 비슷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판매해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건강 관련 물품 구입, 피트니스센터 등록 등과도 연결시켜 또다른 시장을 개척하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 규모를 약 5조 달러, 이 가운데 보험사가 진출 가능한 ‘예방·사후관리’ 부문은 약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 활성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의료행위의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보험사가 제공하는 헬스케어서비스가 자칫 의료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말 헬스케어서비스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한 법적 정비를 국회에 건의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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