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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지갑서 현금 밀어낸 카드, 핀테크에 밀려 “화무십일홍”

등록 2015-12-20 19:57수정 2015-12-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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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손지현(34)씨는 요즘 지갑을 꺼낼 일이 거의 없다. 편의점·식당·커피전문점·마트 등에서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삼성페이’로도 충분해서다. 계산대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뜬 카드를 신용카드 결제기에 가져다 대면 1초 뒤 ‘삑~’ 하는 신호음과 함께 결제가 되고 영수증이 출력된다. 최근에는 출퇴근 때 지하철 요금도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함이 더해졌다. 손씨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현금이나 카드 등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돼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아무개(32)씨는 ‘쥐꼬리 월급’ 탓에 여러 번 신용카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 연 이자율이 16~17%가 넘지만 생활비가 쪼들리는 상황에서 가장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급할 때마다 이용을 해왔다. 하지만 얼마 전 이씨는 뉴스를 통해 피투피(P2P, 인터넷을 통한 개인간 직접 금융거래)나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면 이보다 훨씬 싼 연 10%대 초반 중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지금까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카드론을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피투피나 인터넷은행의 대출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초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대형도 “내려라” 압박에 전전긍긍
수익성 악화 불보듯…존립기반 휘청

핀테크 혁신에 카드업 미래 불투명
결제 플랫폼 두고 ‘페이’와 경쟁
인터넷뱅크는 현금서비스 시장 넘봐

고객혜택 축소·연회비 인상안 만지작
은행 기반 없는 전업 카드사 매각설도

‘삼성페이’ 등 핀테크의 발전, 피투피 업체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시장 잠식 우려,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여기에 유효기간이 지난 포인트 낙전수입의 기부금화 움직임까지…. 2015년의 마감을 앞둔 신용카드업계의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최대 위기”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잇따른 부인에도 삼성카드·현대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의 ‘매각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기업의 ‘캐시 카우’(주 수익원)로 불리며 규모를 키워온 신용카드사들이 ‘생존 위기’의 파고를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카드 수수료율 인하…수익성 악화 초비상

카드업계의 눈앞에 닥친 큰 ‘위기’는 오는 1월부터 시행될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16년부터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신용카드는 약 0.7%포인트, 체크카드는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로 인한 카드수수료 감소액이 한 해 약 6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카드사 전체 수입의 절반(49.5%)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는 곧바로 순이익의 대폭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대형 가맹점들도 수수료 인하 압박에 나섰다. 벌써부터 아시아나 등 항공업계가 공식적인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했으며, 주유업계·교통카드업계·의료업계까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013년 수수료율 인하 때와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등은 할부행사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을 카드사에 부담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 결제를 중개하는 밴 사와 수수료 부담을 나눠 지려고 무서명 거래 확대 등을 위한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회는 최근 유효기간이 지난 포인트와 소멸시효를 넘긴 기프트카드의 잔액을 기부금으로 돌리는 내용의 법률(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금까지 ‘기타수입’으로 처리해왔던 낙전수입이 사라질 경우 연간 1000억원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새 결제 플랫폼과 경쟁 격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로 대표되는 개인 신용대출 시장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신용대출은 점진적인 수수료율 인하에도 그나마 카드사들의 버팀목이 됐던 분야다. 그러나 은행업 예비 인가를 받은 인터넷은행인 케이(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고 10% 초반대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면, 카드론(장기 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 카드대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상품별 수수료율을 보면, 신용카드사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수수료 구간은 연 5.9~27.5%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피투피 대출 업체와의 경쟁도 고민거리다. 피투피 업체들은 신용등급이 4~8등급인 고객들에게 카드사보다 최대 10%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피투피 업체들이 카드사보다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면 고객의 상당수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저축은행·대부업체와 시장을 나눠먹었다면, 이제는 경쟁자가 추가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지급결제도 카드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업계획을 보면, 가맹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구입할 때 수수료 없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사실상 ‘수수료 제로’ 결제 서비스가 등장하는 셈이다.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는 삼성페이·애플페이·구글의 안드로이드 페이 등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와, 온라인에서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온라인 결제 사업자와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삼성페이가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수수료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도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온·오프 모두 결제 플랫폼 경쟁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객 혜택 축소에 비난…매각설에 뒤숭숭

위기에 몰린 카드사들은 최근 혜택이 많은 신규 신용카드 발급을 줄줄이 중단하고 나섰다.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고객 혜택을 축소해 손실 폭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는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주유시 리터당 100원(휘발유 기준)의 적립혜택을 주던 알피엠(RPM) 카드 등 혜택이 큰 10종의 카드 신규발급을 오는 1월1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케이비(KB)국민카드 역시 사용액의 0.5%를 적립해주고 주유·통신·대형할인점 등에서 최고 3%까지 포인트 적립을 해주던 ‘포인트리’ 시리즈 4종 등 27개 카드의 발급을 중단했다. 삼성카드 역시 일부 아멕스 계열 카드 포인트의 항공·호텔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변경하는 등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연회비를 올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초기엔 연회비 인상 금액만큼 쿠폰을 발행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며 “부가 서비스 혜택 유지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방안이 금융위에서 나온 만큼 결국 각종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카드업계의 고심이 커지는 가운데 전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매각설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분위기다.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신세계·엔에이치(NH)농협 등 협상이 오가는 회사들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은행을 끼지 않은 이들 카드사는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이 점차 줄어들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은행을 끼지 않은 전업계 카드사들은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유통 쪽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롯데카드를 뺀 삼성·현대카드는 결국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며 “조금이라도 몸값이 높을 때 팔아치우는 것이 그룹 전체로 보면 이득”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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