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월세전환 세입자 대상
원금 보전·고수익 펀드 추진
월세자 대출 갚고 돈 남을지 의문
금융권 연4%상품 출시도 어려워
원금 보전·고수익 펀드 추진
월세자 대출 갚고 돈 남을지 의문
금융권 연4%상품 출시도 어려워
정부가 전세로 살다 월세로 전환된 세입자들이 돌려받은 보증금을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금리 탓에 마땅히 보증금을 굴릴 데가 없는 서민들을 대신해 연 3.5% 이상의 수익을 올려 돌려줌으로써 월세 납부 등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환받은 전세보증금을 여윳돈으로 남겨두는 게 아니라 대출금 상환 등 생활자금으로 쓰는 서민들의 형편을 고려할 때 실제로 수요가 많을지는 의문이다. 또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4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이런 내용의 ‘전세보증금 투자풀’을 올해 안에 만들겠다고 밝혔다. 월세 비중이 2008년 45%에서 2015년 55%까지 높아짐에 따라,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돼 보증금을 돌려받은 뒤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이 보증금을 모아 펀드와 채권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은 월세를 내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배당하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주택 자금인 만큼 원금 보전을 원칙으로 삼았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대부분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손실 발생을 막고, 상품 운용사가 5%까지 손실은 감당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익률도 연 3.5~4% 정도로 하겠다는 구상이다. 3월 안에 세부 방안을 만들고 올해 안에 관련 법령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실효성이 담보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준금리가 1.5%인 상황에서 원금을 보장하며 4%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상품을 설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운용사가 5%까지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조건에서 상품을 출시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보증금으로 대출을 갚는 걸 택하지 투자를 택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투자금의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워 엉뚱한 사람들의 배를 불릴 우려가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이런 상품이 가능했다면 이미 시장에 출시가 됐을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이런 상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직접 상품을 만들겠다고 나설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유선희 기자 july@hani.co.kr
전세보증금 투자풀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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