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카드사 위에 나는 소비자 있다!’
최근 신용카드사가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고객 혜택을 잇달아 축소하자 소비자들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각종 정보와 맞춤형 대응법을 공유하며 카드사들의 혜택 축소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삼성카드는 최근 ‘슈퍼에스(S)카드’의 약정한도를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비율을 줄였다가 ‘뜨거운 맛’을 봤다. 약정한도는 소비자가 월 사용액과 약정기간을 정하면 특정 제휴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추가 한도를 선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고객이 신용카드를 매달 80만원씩 5년을 쓰겠다고 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75만원(약정한도) 지급하는 식이다. 약정한도는 최대 36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그동안 이 약정한도를 삼성카드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보너스 포인트로 전환해 사용처를 늘리는 ‘신공’을 발휘했다. 그러자 이달 초 삼성카드가 일방적으로 이 전환비율을 10:9에서 10:7로 줄여버린 것이다.
인터넷 카페 스사사(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고객센터에 항의전화를 하고 금융감독원에 ‘단체 민원’을 넣으며 삼성카드를 압박했다. 이 카페의 한 누리꾼은 ‘약관 분석을 통한 변환율 개악 문제제기’라는 글을 올려 삼성카드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따지기도 했다. 민원과 항의전화에 시달린 삼성카드는 결국 지난 25일 약정한도 전환 비율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소비자들은 ‘롯데 트래블패스카드’의 항공권 발급 등급 제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 카드의 플라이어 마일을 이용하면 지금까지는 유효기간·취소수수료 등의 조건이 좋은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이런 혜택이 가장 적은 항공권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신아무개(39)씨는 “카드사들이 이런 혜택은 함부로 폐지할 수 없는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일종의 프로모션(판촉)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축소하고 있는데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혜택이 많은 카드의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유효기간 연장도 거부하자 나름의 편법을 제시하고 나선 소비자도 있다. 한 누리꾼은 “카드사들이 꼼수를 편다면 우리도 꼼수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며 “카드 손상이나 분실을 이유로 재발급을 요청하면, 관행상 재발급 날짜를 기준으로 유효기간이 다시 산정된다”는 글을 올렸다.
한발 더 나아가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례도 있다. 앞서 하나카드(옛 외환카드)가 ‘크로스마일 에스이(SE)’의 마일리지 적립 비율을 1500원당 2.0마일에서 1.8마일로 축소하자 회원 9명이 전국 7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수원지법 여주지원·안산지원·평택지원과 춘천지법에 이어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도 회원이 승소했다.
카드사들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권리 찾기에 적극적이다. 카드사는 평판·이미지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수익성도 무시할 수 없기에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다소 억울한 민원이나 소송 제기에 카드사가 무조건 굴복하면 유사 민원이나 소송에 시달릴 수 있어 고민이 깊다”고 하소연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