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보유 지분 전량 매입
금융지주회사 전환 수순인 듯
금융지주회사 전환 수순인 듯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삼성카드의 최대주주가 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많다.
삼성생명은 28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5%(4339만주)를 1조5405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3만5500원으로, 이날 삼성카드 종가(3만5000원)에 비해 1.4% 비싼 가격이다.
삼성생명은 지금까지 삼성카드 지분 34.4%(3986만주)를 보유해 삼성전자에 이어 2대 주주였지만, 이번 추가 인수를 통해 지분이 71.9%로 늘어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은 외국인 보유 15.7%, 국내 기관 및 개인 보유 12%, 자사주 0.4%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과 카드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삼성생명은 또 300만주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체 주식의 1.5%로, 금액으로는 2946억원 규모다.
삼성그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분 조정은 삼성생명을 그룹 내 금융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한 중간 단계로 분석된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 요건(30% 이상 확보)을 갖춘 최대주주여야 한다. 이번 지분 인수 전에는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의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이제 삼성생명은 화재·카드·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삼성생명의 지배를 받는 구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당장 이뤄지기는 힘들다. 금산분리 규제로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사 지분 보유율을 5% 아래로 줄여야 하는데, 현재 삼성전자 지분을 7.2% 보유하고 있는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이미 몇년 전부터 준비돼 왔으며, 이는 삼성그룹 전체를 지주회사로 연결하는 작업의 1단계가 될 것이다. 향후 2년 안에 금융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이번 삼성카드 주식 매입은 최근 시장에서 불거졌던 삼성카드 매각설을 불식하는 효과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수익 악화 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에 팔릴 것이라는 등 매각설이 계속 나돌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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