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끝나자 혜택 적은 카드로 슬쩍…
문자·이메일로 형식적 통보
소비자 의사 확인 절차 소홀 케이비(KB)국민카드 가입자인 김아무개(37)씨 역시 얼마 전 사용하던 카드와는 전혀 다른 새 카드를 배송 받았다. 카드사 상담원은 “기존에 쓰던 카드가 단종돼 가장 비슷한 카드를 발급했다. 이메일과 문자로 이미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와 메일을 샅샅이 뒤지고 나서야 김씨는 스팸 메일함에서 ‘2016년 △월로 만료되는 ○○카드가 상품 종료로 발급이 중단됨에 따라 □□카드가 자택으로 배송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김씨는 “요즘은 하루에도 수 십 통의 문자와 수 백 통의 메일이 쏟아지니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혜택 많은 카드를 단종 시킨 것도 모자라 대체재를 선택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관련 규정(여신전문금융법 시행령과 표준약관)을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3년 개정한 표준약관엔 ‘카드사가 유효기간 만료 1개월 전에 서면·전화·명세서·이메일·문자메시지 중 2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재발급 예정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통보 후 20일 내에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유효기간이 기재된 카드를 갱신 발급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유효기간 만료와 신규 카드 발급 사실을 대부분 문자·이메일과 같은 형식적인 방법으로 알리고 있다는 데 있다. 카드론·현금서비스 이용이나 부가서비스 가입처럼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는 귀찮을 만큼 전화를 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이 표준약관은 기존 카드의 유효기간을 늘려 갱신할 때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때문에 상품이 단종돼 새로운 종류의 카드를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카드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소비자가 전화를 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카드사들은 자신들이 임의로 추천한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카드사들 “전화 응답률 낮은 탓”
금감원 “문제 소지…실태 파악” 하나카드 관계자는 “상담원 전화에 대한 고객 응답률이 30% 미만이라 문자와 이메일로 대부분의 안내를 한다. 그러다보니 소비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관련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불편을 최소화 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케이비국민카드 관계자 역시 “문자·이메일 뿐 아니라 전화로도 안내를 하는데, 고객 수신율이 낮다보니 민원이 발생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존 카드보다 혜택이 적은 새 카드를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발급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카드사를 대상으로 실태파악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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