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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 창구에서 웬 ‘1000만 서명 운동’?

등록 2016-02-26 10:16

은행연합회, 각 은행에 ‘민생 입법 촉구 서명’ 참여 요구
2주마다 서명 인원 실적 보고도…직원·고객들 불만 나와
은행도 난감…“자율을 앞세운 구시대적 관치금융” 비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부터)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한상의에 마련된 ‘경제 살리기 입법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 본부’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부터)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월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한상의에 마련된 ‘경제 살리기 입법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 본부’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참여하고, 일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참을 독려하면서 ‘관제 서명’ 비판을 받고 있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에 은행까지 동원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은행연합회 등에 서명 협조를 요구한 이후 일부 시중은행들이 최근 창구에서도 서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고객과 직원들의 불만이 일고 있어서다.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은행들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26일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들에 영업창구에서 서명을 받아 그 실적을 2주마다 보고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전점포에서 직원과 고객한테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도 일부 지역본부에 소속된 점포를 중심으로 서명지를 창구에 배포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 임직원들에게는 서명을 강요하지 말고, 고객들한테도 원하는 경우에만 서명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실적 보고는 서명 인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제성은 없다는 해명이지만 현장 은행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다르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은행 업무와 무관한 입법 촉구 서명을 왜 은행원이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각종 상품 판매 등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은행원들로서는 점포별로 서명 숫자가 드러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은행을 찾는 금융소비자들도 종종 불만이나 항의를 드러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명 권유를 거절할 경우 은행 거래를 할 때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해서다. 최근 상담을 위해 은행을 찾은 직장인 박아무개씨(33)씨는 “창구 직원이 부탁을 하는데 무턱대고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업무를 보러 간 소비자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서명을 강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자율을 앞세운 구시대적 관치금융의 한 행태”라고 짚었다.

은행들은 난감한 눈치다. 우리은행은 일부 고객들의 항의가 일자 점포에 비치한 서명용지를 아예 치우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일선 지점에 “서명 권유를 하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다. 우리은행은 격주 단위의 실적 집계에 따른 직원들의 압박감을 덜어주려, 서명 운동이 끝난 뒤 한꺼번에 전달하려 했지만 은행연합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25일 현재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본부’가 밝힌 서명인수는 150만명이다. 은행연합회는 협회 차원에서 받은 서명인 수를 공개해달라는 <한겨레>의 요청을 거부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은행연합회에 공문을 보내 은행원들을 동원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미 서명을 받고 있는 곳에서는 직원들이 부당하게 동원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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