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액 충분해도 일부만 결제
이월된 카드대금 이자율 최대 27%
불완전판매 논란에도 개선 안돼
이월된 카드대금 이자율 최대 27%
불완전판매 논란에도 개선 안돼
“고객님, 카드대금 연체가 우려될 때 미납금을 이월시켜주는 서비스를 안내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우대회원에게만 드리는 혜택이니 꼭 이용해보세요.”
ㅎ카드 사용자인 직장인 김아무개(38)씨는 얼마 전 카드사 상담원의 전화를 받고 어이가 없었다. ‘연체 없이 싼 금리로 이용 가능’ ‘우수고객 특별 혜택’ 등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상담원의 말에 김씨가 “리볼빙 아니냐”고 묻자 상담원은 그제야 “그렇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심지어 높은 이자를 떼는 상품인데 마치 혜택인 것처럼 마케팅 전화를 하는 것은 도를 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차례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었던 카드사들의 ‘리볼빙 서비스’(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마케팅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장광고’ ‘도둑가입’ 등 방식도 천태만상이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ㄱ카드를 쓰는 이아무개(40)씨도 카드사 누리집에 들어갔다 신청하지도 않은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된 사실을 알았다. 이씨가 항의를 하자 설계사는 “요즘은 자동으로 가입이 된다. 원치 않으면 해지하면 된다”는 황당한 대답을 내놨다.
리볼빙은 카드 이용금액 가운데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자동으로 상환을 미룰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리볼빙을 20%로 설정하면, 매달 결제해야 할 카드대금의 20%만 결제하고 나머지 80%는 다음달로 이월하는 방식이다. 카드사들은 “갑작스런 경제사정 악화로 대금을 전액 납부하기 힘들 소비자에게 유용한 서비스”라며 “대금을 연체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20% 후반대의 연체이자를 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리볼빙으로 이월된 카드대금의 이자율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보다 훨씬 높다. 여신금융협회 누리집에 따르면 각 카드사의 리볼빙 이자율은 최소 5.8%에서 최대 27%에 이른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장단기 대출서비스 이자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통장 잔액이 충분해도 약정에 따라 최소 결제비율(10% 이상)만 결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다음달로 이월되기 때문에 자칫 수수료 폭탄을 맞을 우려도 있다. 카드사들은 “결제비율을 100%로 설정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통장 잔액이 부족한 사실을 가입자가 미처 알지 못할 경우엔 역시 원치 않는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우대혜택’이라는 과장광고를 일삼고, 가입자 동의도 없이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시키는 사례가 있다”며 “동의하지 않은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면 즉시 본인의 동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녹취’ 등을 요구하고 가입을 취소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