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가격의 100분의 1 수준
연 7~8% 고금리 상품 부담에
1조3천억 투자금 다 까먹어
연 7~8% 고금리 상품 부담에
1조3천억 투자금 다 까먹어
중국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불과 300만달러(35억원)라는 ‘헐값’에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과거 알리안츠생명이 연 7~8%에 이르는 고금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많다.
안방보험 쪽 관계자는 7일 “안방보험과 알리안츠생명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00만달러의 가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애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3000억원의 1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설립했고, 지금까지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실상 투자금을 거의 다 까먹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는 셈이다.
자산(16조6510억원) 규모로 국내 보험업계 11위인 알리안츠생명이 헐값에 팔리자 금융권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은 1999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뒤 시장 점유율을 올리려 연 7~8%에 이르는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다. 현재 남아있는 상품의 절반 정도가 그때 판매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이런 고금리 상품은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보니 안방보험이 이런 예상 손실을 인수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알리안츠생명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알리안츠생명이 쌓아놓은 6조4000억원의 확정금리 적립금 가운데 고금리 상품의 비중이 8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2020년에 새로 도입될 국제회계기준에 따를 경우 알리안츠생명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적립금은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 진행될 생명보험사들의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아이엔지(ING)생명, 피시에이(PCA)생명, 케이디비(KDB)생명 등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이엔지생명 매각가가 지금까지는 2조5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이 역시 훨씬 적은 금액에 팔릴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