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증권사만 판매할 수 있었던 아이에스에이(ISA·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시장에 합류해 11일부터 판매에 나선 가운데, 한 시민이 이날 서울시내 은행 안 아이에스에이 판매 창구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판매 첫날 창구 아직 한산
KB국민·신한 등 4개 은행
위험도 따라 다양한 상품 출시
“수익률 나온뒤 비교해 볼 필요”
KB국민·신한 등 4개 은행
위험도 따라 다양한 상품 출시
“수익률 나온뒤 비교해 볼 필요”
주요 시중은행들이 11일부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시작했다. 그동안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었던 일임형 아이에스에이를 은행도 출시하면서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일임형 아이에스에이 상품을 내놓은 시중은행은 케이비(KB)국민·신한·우리·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등 4곳이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과 엔에치(NH)농협은행 등은 추후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금융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결정하는 신탁형만 팔 수 있었다. 일임형 아이에스에이는 소비자들한테 자산운용권을 넘겨받은 금융회사가 투자금을 재량껏 운용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애초에 은행에서는 신탁형 아이에스에이만 팔 수 있게 했지만, 신탁형과 일임형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증권사와의 형평을 고려해 은행들도 일임형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임형 아이에스에이를 팔려면 금융회사가 투자자의 유형을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초고위험 등으로 분류해 유형별로 상품 구성을 달리한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들 은행은 7~10가지 정도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판매에 나섰다. 은행들은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성향을 진단한 뒤 이에 맞춰 상품을 운용해야 한다.
은행들은 대체로 저위험군에는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나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이고, 위험군으로 갈수록 손실 가능성이 큰 반면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해외 주식 등의 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은행별 차이점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초고위험군 모델 포트폴리오를 아예 두지 않았다. 손실 가능성이 큰 상품은 서민자산 증식 취지와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이 글로벌 투자리서치 전문 기업인 ‘모닝스타’와 전략적 제휴(MOU)를 맺고 펀드 선정 등에 모닝스타의 분석 노하우 등을 활용하고, 기업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일임형 아이에스에이 운용에 투입한 것도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중위험군 상품에 집중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우리은행은 또 모든 모델 포트폴리오에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을 담았는데, 초저위험군에서는 이 비중을 50%까지 높였다.
국민은행은 고수익 추구와 적극 수익 추구형, 중수익 추구형, 안정수익 추구형 및 안정형 등으로 유형을 나눈 뒤 여기에 1~2개씩 모델 포트폴리오를 갖춰 선택지를 넓혔다. 나아가 같은 투자 성향 안에서도 절세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이들과 좀더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경우 등을 나눠 분류를 세분화했다.
이 은행들은 일임형 아이에스에이 출시에 맞춰 경품 행사를 여는 등 판촉 경쟁에도 돌입했다. 그러나 판매 첫날 시중은행들의 영업점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신탁형 아이에스에이에 이미 가입한 이들이 많고 수수료와 위험도가 신탁형보다 비교적 높은데다, 앞으로 금융회사별로 수익률이 공개될 때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별로 한두 명 정도가 전화로 문의를 하는 정도”라며 “6월부터 금융회사별로 수익률이 공개되는데, 이를 비교한 뒤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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