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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동부화재 ‘다자녀 자동차보험’은 정책 성과물? 금감원의 ‘무임승차’ 정책 홍보

등록 2016-04-19 20:15수정 2016-04-19 20:59

“다둥이보험 출시 장려” 하루뒤
동부화재 “하반기부터 출시” 발표
알고보니 1월부터 개발하던 상품
내용도 ‘12개월 영아 할인특약’
‘무책임한 관치금융 사례’ 비판
동부화재는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자녀가 있는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다자녀 우대 자동차보험(가칭)’을 하반기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보험회사가 상품 출시 한참 전에 이를 언론에 ‘예고’하는 건 드문 일이다. 경쟁회사에 자사의 신상품 정보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행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속사정을 알아보니 동부화재의 이례적 행동은 하루 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다둥이 보험’ 출시 장려와 맞물려 있었다. 금감원은 18일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뜬금없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다둥이 특약 자동차보험’ 출시를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합계 출산율이 1.22명에 그치는 등 저출산 국가인데도 출산을 장려하는 자동차보험 상품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다둥이보험뿐 아니라 보험회사들은 정부나 금융당국의 종용에 ‘정책성 보험’을 내놓곤 한다. 정책성 보험은 정부가 공익 목적으로 판매를 제안하고 보험사가 개발·판매하는 보험이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의 압박에 등 떠밀려 졸속으로 출시되다보니 사업성과 소비자 요구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개발과 함께 출시됐지만 정권이 바뀌자 판매량이 급감해 유명무실해진 ‘자전거보험’과 아예 단종된 ‘녹색자동차보험’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난임보험이 추진됐지만 그야말로 ‘난임’(미출시)에 그치고 말았다. 현 정부가 근절을 공언했던 ‘4대악(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관련 보험 역시 가입 실적이 전무하다.

이런 전례 탓에 ‘다둥이보험’을 두고도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외면받는 또 하나의 정책성 보험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동부화재가 서둘러 다자녀 우대 보험을 발표한 건 이런 비판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개발 중이던 상품으로 금감원의 종용에 따라 급조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동부화재가 임산부나 아이가 있는 운전자의 사고율이 낮다는 통계를 기반으로 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금감원이 이를 (발표 내용에) 슬쩍 끼워 넣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금감원이 보험사가 개발 중인 상품 정보를 활용해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우려는 ‘생색내기’를 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동부화재가 개발 중인 상품은 ‘다둥이 보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상품의 가입조건은 ‘자녀가 2명 이상으로 자녀 중 1명이 12개월 이하(태아 포함)인 경우’다. 하지만 동부화재 관계자는 “12개월 미만 아이가 있거나 임신을 한 운전자는 사고율이 낮기 때문에 이 기간에 한정해 보험료를 5% 남짓 할인해 주겠다는 것”이라며 “사실 아이가 1명이든 2명이든 사고율에는 차이가 없어 자녀가 1명인 사람도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즉 ‘다둥이 보험’이 아니라 ‘임산부·12개월 이하 영아 할인 특약’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적 필요가 생길 때마다 보험을 개발하라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만들지만 경제논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이런 류의 정책성 보험이야말로 관치금융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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