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인상 없다” 해놓고
당국 심사·소비자 비난 피해
신규 카드에 비싼 회비 적용
악화된 수익성 보전수단 활용
카드사 “서비스 추가한 결과
수익 남기려는 의도 아니다”
“불필요 서비스로 눈속임” 비판
당국 심사·소비자 비난 피해
신규 카드에 비싼 회비 적용
악화된 수익성 보전수단 활용
카드사 “서비스 추가한 결과
수익 남기려는 의도 아니다”
“불필요 서비스로 눈속임” 비판
신용카드 연회비 1만원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최근 새로 출시되는 카드의 연회비가 대부분 1만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연회비 인상은 없다”는 카드사들의 주장과 달리 수수료율 인하로 악화된 수익을 신규카드 연회비를 올려 만회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이나 기름값 할인 등 특정 부가서비스를 강화했다고 해서 ‘특화카드’라는 이름을 붙여 최근 이런 종류의 카드를 집중 출시하고 있다. 케이비(KB)국민카드가 지난 9일 선보인 ‘케이비 국민 매직카 올림카드’도 그 중 하나다. 보험료 결제 때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 카드의 연회비는 1만5000원(비자 2만원)이다. 앞서 내놓은 ‘제주항공 리프레시 포인트 케이비 국민카드’(연회비 2만원)와 통신 단말기 할부 구매카드 3종(연회비 1만2000원, 해외겸용 1만7000원) 역시 1만~2만원의 연회비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카드도 연회비 1만원(해외겸용 1만2000원)짜리 ‘올 포 미(All For Me)’ 카드를, 롯데카드는 연회비 1만5000원짜리(해외겸용 2만원) ‘한솔교육 롯데카드’ 를 내놨다.
신용카드 연회비는 기본 연회비와 제휴 연회비로 구성된다. 기본 연회비는 무이자 할부나 교통비 결제 등 기본 서비스와 카드 발급 비용 등이 반영된 것이다. 제휴 연회비는 마일리지·포인트 적립, 주유할인 등 타사 제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연회비 2000~3000원짜리 기본형 카드가 많았고, 2000년대 중반에는 5000원짜리 카드가 대세였다. 물론 1만원짜리 카드도 있었지만, 카드사가 ‘연회비 면제’를 내걸어 소비자에게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카드사들은 기존 카드의 연회비를 올릴 경우,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소비자들의 비난이 잇따를 것을 우려해 신규카드를 출시하는 방법으로 슬금슬금 연회비를 인상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카드를 단종시킨 뒤 연회비를 올려 리뉴얼(새단장)하는 ‘꼼수’를 펴기도 한다. 상위 1%만을 상대로 한다는 ‘브이브이아이피(VVIP) 카드’도 연회비 인상의 예외가 아니다. 현대카드는 최근 연회비 200만원짜리 ‘블랙카드’의 연회비를 250만원으로 올리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약관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카드사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서비스가 좋은 특화카드를 출시할 수밖에 없고, 이런 이유로 연회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경쟁이 차열하다보니 기본 서비스를 강화해야 해 기본 연회비가 오르고, 제휴 서비스를 추가하다보니 제휴 연회비도 오르는 것”이라며 “서비스 비용이 높아져서 연회비를 올리는 것일 뿐 수익을 위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소비자들이 미처 다 챙길 수도 없는 각종 서비스를 패키지로 묶어 혜택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근거로 연회비를 올리는 것은 눈속임”이라며 “부가서비스 축소나 기존 카드의 연회비 인상은 규제를 하지만 신규 카드 출시 심사는 비교적 까다롭지 않게 하는 금융당국의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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