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나흘동안 35원 올라
기대 못미친 미·중 경기지표에
세계경제 둔화 불안감 커져
기대 못미친 미·중 경기지표에
세계경제 둔화 불안감 커져
5월 문턱에서 11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만에 1170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주요 2개국(G2)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세계경제 둔화에 대한 불안심리가 짙어지고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75.7원까지 치솟았으나, 오름폭을 다소 줄이면서 전날 종가보다 6.8원이 오른 1172.6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5월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2일 종가가 1137.8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거래일 만에 35원가량이 올랐다. 특히 하루 동안 오름폭이 연휴 전날인 4일엔 14.1원, 연휴 뒤 첫 거래일이었던 9일엔 11.5원이나 됐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등은 국내 요인이라기보다 글로벌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본다”며 “5월 들어서 유가도 다시 떨어지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향세를 보이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져서 우리를 포함해 신흥국 통화들이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외환시장이 문을 닫았던 연휴 기간인 지난 6일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됐는데 시장의 기대보다 크게 부진했다. 또 중국의 4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기대치를 밑돌고, 중국 4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연휴 전후에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도 나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연휴 기간 중엔 북한이 당대회에서 핵보유국 공식 선언을 하는 등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가세해 원화 약세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국내 외환시장이 연휴에 문을 닫는 동안 외국 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뉴욕 역외선물환거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갔고, 이는 연휴 뒤 우리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덕분에 환율상승 수혜 기대감이 큰 국내 대표 수출주인 현대차는 이날 증시에서 2.95%(4천원) 오른 13만9500원으로, 기아차는 2.92%(1350원) 뛴 4만7550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자동차 종목들은 줄줄이 오름세를 보였다.
케이아르(KR)선물의 김은혜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급등세로 가면서 다시 1200원대로 올라설 수 있다고 보지만,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 관찰 대상국에 올리면서 원화가치 하락 개입에 제동을 거는 등 장기적으론 원화 약세에 제한 요인이 있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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