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택은행 가입 수만명 혜택
국민은행, 다음달 1.8%로 내려
국민은행, 다음달 1.8%로 내려
지금까지 20년 넘게 연 10%의 이자를 받아왔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금리이지만 실제 국내 한 은행에서 수만명의 고객이 이런 금리 혜택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비(KB)국민은행과 합병된 옛 주택은행 청약저축 가입자들이다. 1988년 7월25일부터 1991년 4월30일까지 이 은행의 일반 청약식 정기예금과 청약저축전환 청약식 정기예금 고객들로, 이들은 가입기간에 따라 1~2개월은 연 4.0%, 3~11개월은 연 6.0%, 12~30개월은 연 10.0%의 금리가 적용됐다. 당시 이 상품에 가입한 뒤 30개월 만기를 채웠으나 청약에 당첨되지 못해 돈을 묻어 둔 이들이 지금껏 고금리 혜택을 받아온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금리 연 1.0~2.0%)과 비교하면 같은 돈을 넣었을 경우 10배가량 되는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어지간한 특판 상품과 견줘도 금리가 최소 2~3배 이상은 높다.
물론 이 상품에 적립한 금액이 300만~500만원 안팎이어서 한 사람이 받는 이자의 절대액은 많지 않다. 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은행 예금금리가 7~8%대였던 만큼 당시까지는 큰 혜택이라 볼 수 없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5%대 밑으로 떨어진 수신금리가 지난해에는 1%대로 떨어졌고, 그 대상자가 많아 은행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은행이 그동안 추가로 지급해야 했던 이자 비용이 수백억원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국민은행은 16일 이 상품 가입자들한테 적용하는 이자율을 다음달 1일부터 연 1.8%로 내린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금리와 동떨어진 고금리라 다른 예금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게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리를 낮추면 제기될 소비자들의 항의가 두려워 오랫동안 이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장 10%대에서 1%대로 떨어진 이자를 받게 될 이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쪽은 “상품약관에 만기 뒤 이율은 은행이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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