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멸시효 상관없이 지급”
보험사들 “대법 판결 기다리겠다”
과징금·임원 문책 등 경고 불구
제재 수준 낮아 실효성 떨어져
보험사들 “대법 판결 기다리겠다”
과징금·임원 문책 등 경고 불구
제재 수준 낮아 실효성 떨어져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약관에 명시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내렸지만(<한겨레> 5월24일치 19면) 상당수 보험사들이 대법원 판결 때까지 보험금 지급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내릴 방침이지만, 과징금의 규모가 각 회사 별로 수천만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감원과 보험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화·삼성·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은 지난달 31일 금감원에 제출한 자살보험금 지급계획서에서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은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4개 보험사들이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2465억원으로, 이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2003억원에 이른다.
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인정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모두 8건에 이르는 만큼, 이에 대한 최종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1·2심에서는 소멸시효를 인정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더 많았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며 “대법 판결 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보험사가 승소하면, 이미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이르면 하반기 안에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보험업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담당 임원을 문책하는 등 강력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보험사들은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보험금 6조원을 찾아서 돌려줬는데 이것도 배임에 해당한다는 말이냐. 보험사 잘못으로 소멸시효가 지난 돈을 안 주고 버티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약관에 명시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준수업무 위반(약관 불이행)에 해당한다. 과징금을 부과하고 임직원을 문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에 견줘 과징금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데 있다. 지난 2014년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종합검사를 받은 아이엔지(ING)생명이 부과받은 과징금은 4900만원에 불과했다. 아이엔지 생명은 이마저도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내 금감원의 제재를 지연시킨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법상 약관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부과 기준이 연간 수입보험료의 20%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에 과징금 규모가 수 천만~수 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과징금 부과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보험사 책임으로 인한 소멸시효 경과는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법률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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