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지하에 문을 연 ‘베이커리 인 브랜치’ 매장. 우리은행이 이날 선보인 지점은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과 은행 점포를 결합한 복합 점포다. 우리은행 제공
달콤한 도넛 매장에 은행이 들어섰다.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엔 크리스피크림 도넛과 우리은행이 동거하는 복합 점포가 문을 열었다. 소비자들은 도넛을 먹으러 들어선 김에 은행 업무를 보거나 반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은행 쪽은 “커피전문점이나 도넛 매장 등과 손잡고 점포를 만들면 공간 활용도가 높고, 점포를 찾아오는 이들도 늘어나 두 업종 모두에게 영업기회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1%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은행들이 금융업이 아닌 식품·유통·항공 업종 등 이종 업계와 손잡고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차별성 있는 금리 경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21일 하나금융그룹은 생활용품 전문점인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하반기부터 멤버십포인트를 공유하기로 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등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포인트제도를 통합한 하나멤버스 제도는 거래 실적에 따라 쌓인 포인트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으로 찾아 쓰거나 송금도 할 수 있게 해준다. 하나멤버스는 앞으로 다이소 포인트에도 같은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소비자에게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옥션, 지마켓, 에쓰오일 등과도 제휴해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유통업체와 손잡고 백화점 실적에 따라 추가금리를 얹어주는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신한 롯데백화점 러블리 적금’을 내놓았다. 신한카드로 롯데백화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하면 적금 만기 때 거래 실적에 따라 기본금리에 최대 연 8.4%의 리워드(환급금) 혜택을 준다. 신한은행은 온라인쇼핑 업체인 `11번가' 등과도 비슷한 형태의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항공·통신사와 손을 잡았다. ‘케이비 아시아나 국민 원 통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제휴를 통해 급여이체나 송금실적 등이 쌓이면 항공 마일리지로 혜택을 돌려준다. 또 에스케이(SK)텔레콤과 제휴해, 금융거래 정보가 적은 사회초년생에게 통신비 납부 현황에 따라 금리 혜택을 주는 대출 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요구불 예금 규모가 크게 늘다보니 시중은행들은 이런 고객들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자금 이탈로 조달 비용까지 늘어날 경우 예대마진 축소로 악화한 수익성이 더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환경에서 개성과 감성을 입힌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이종 업종과 제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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