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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공정위, CD금리 짬짜미 조사 4년 만에 면죄부

등록 2016-07-06 09:23수정 2016-07-06 20:33

2012년부터 5대 은행 CD 금리 짬짜미 여부 조사
“사실관계 확인 어렵다” 결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 6곳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짬짜미(담합)해 정해왔는지를 두고 4년 동안 조사를 벌이고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놨다. ‘한국판 리보 조작사건(런던 금융시장 초단기 금리 조작 파문)’으로 불리며 대출자들에게 최대 수조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 나와 금융권을 술렁이게 했던 이 사건이 용두사미에 그치면서, 소비자 단체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6일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에스시(SC)제일은행의 2012년 시디 금리 짬짜미 의혹과 관련해 “전원회의에서 판단한 결과,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는 등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울 때 내리는 결정이다.

시디는 2009년께까지 금융상품 금리를 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돼왔다. 은행에서 이자를 붙여 시디를 발행하면 증권사가 이를 사들여 시장에 유통하는데, 이때 적용한 이자율이 시디 금리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하는 점을 내세워 시디 금리를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출 기준으로 삼아왔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시디 금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점을 의심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짬짜미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2007~2008년 46%에 머물던 은행 6곳의 시디 금리 액면가 발행 비율이 2009년 이후 89%로 높아진 점을 확인하고, 이들 은행의 채권 담당자들이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를 통해 시디 발행 금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정황을 파악했다. 올해 2월에는 시중은행 6곳에 짬짜미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그러나 공정위는 4년에 걸친 조사 결과 “짬짜미를 확인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심사관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는 전원회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원회의에 참여한 김석호 상임위원은 “심사관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담합) 사실 확인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시디 금리 짬짜미가 성립하려면 발행 시점이 비슷해야 하는데 은행별 발행 시점이 최대 3년9개월까지 차이가 나고, 메신저 대화 내용만으로 담합 행위를 확인하는 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 참여자들 중 시디 발행을 담당하지 않는 직원도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조사를 담당한 공정위 관계자는 “짬짜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았고, 포괄적·암묵적 담합이라고 보고 증거 확보에 나섰으나 구체적 근거를 확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오락가락’ 판단을 내리면서 무리한 조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이후 시디 발행이 줄어 금리 변동 폭이 줄어든 상황을 모르고 짬짜미를 의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디 발행이 줄면서 금리가 다른 시장금리보다 높게 형성됐고, 여기에 거래도 없다 보니 전날 사용된 금리가 다음날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등 금리 변동도 없었던 것이지 짬짜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디 금리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0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에 코픽스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김 상임위원은 “무혐의 결론과 다르게 심의절차 종료는 새로운 증거가 확인되면 다시 조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뚜렷한 추후 조사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은행권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짬짜미라는 결론이 났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시민단체 등과의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거액의 소송비용을 지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인위적 시디 금리 조정으로 대출자들이 많게는 4조1천억원의 이자를 더 냈다며 국민검사 청구를 준비해온 금융소비자원은 “비상식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한심한 판단”이라며 “국회 등과 함께 관련 자료를 수집?검토해 공정위의 무능과 부당성을 반드시 밝혀 내고 고발 등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박승헌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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