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저물가는 상당부분 공급충격(유가하락)에 기인한 바가 크다.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략) 통화정책뿐 아니라 정부의 공공요금 관리정책, 산업정책, 복지정책 등이 물가에 영향을 준다. 물가안정이 한국은행만의 책임이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사상 처음으로 열린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상황’ 설명회에 나서 저물가의 주요인을 ‘낮은 국제 유가’로 지목했다. 한은은 내년도 2% 물가목표치 달성을 전망했으나 불확실한 국제 유가 상승 전망에 기댈 뿐 뾰족한 정책 수단을 내놓지는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지난 1~6월까지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0.9% 상승하는데 그친 이유는 국제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데 주된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말 2016~2018년 달성할 중기 물가안정 목표를 2%로 제시했다. 또 물가관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0.5%포인트 이상 목표치를 벗어나면 총재가 직접 설명에 나서겠다고 밝혀, 이날 기자간담회가 마련됐다.
올 상반기 중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다소 올랐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견주면 35%가량(두바이유 기준) 낮은 수준이었다. 국내 석유류 가격의 하락이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0.8%포인트 정도 깎아먹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밖에 내수회복 지연과 수출 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미약했던 점도 물가를 낮췄지만,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로 1% 초반대 상승률을 보이다 올해 말쯤 1%대 중반으로 높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2.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국제유가의 초과공급이 완화돼 유가가 50달러선까지 올라서면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올 하반기엔 유가가 물가를 0.5%포인트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내년엔 오히려 유가가 물가를 0.2~0.3%포인트 높여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 기대 같은 대외 환경 변화 이외에 한은은 저물가 대응 정책 수단을 별달리 내놓지 못했다. 한은이 쓸 수 있는 수단은 ‘통화정책(금리인하)’이지만 초저금리 상황에서 물가목표만을 바라보고 섣불리 통화정책을 하기는 어렵다는 곤혹스러움이 총재 설명회에서 묻어났다. 이 총재는 “물가목표는 모든 것을 제치고 달성하는 그런 목표는 아니다. (중략) 중앙은행의 책임성 회피로 이해하지는 말아 달라. 주된 설립 목적이기 때문에 (물가)목표 수준에 수렴하도록 통화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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