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고객 감소로 ‘찾아가는 영업’
시중은행 ‘태블릿 점포’ 점차 확산
현장서 카드 발급하고 자산 설계
인력 한정돼 아직은 한정적 이용
시중은행 ‘태블릿 점포’ 점차 확산
현장서 카드 발급하고 자산 설계
인력 한정돼 아직은 한정적 이용
“과거 성장기에는 고객이 먼저 찾아왔지만 레드오션이 된 저성장기의 금융시장에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는 마케팅이 업무 표준이 돼야 합니다.”
윤종규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조회에서 직원들에게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강조하며 ‘태블릿 브랜치’를 예로 들었다. 이는 은행 직원이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피시(PC) 등을 들고 직접 소비자들을 찾아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 이 태블릿 브랜치를 도입했다. 윤 회장은 “아무리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도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끝”이라며 새로운 영업 활동을 강조했다.
18일 은행권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물론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찾아가는 영업’을 강조하며 태블릿 브랜치를 활용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모바일 뱅크 등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소비자들과 접점을 만들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점포 방문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순히 태블릿피시를 들고 소비자를 찾아가는 데서 나아가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월부터 전국 117개 영업점에서 태블릿 브랜치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우리은행은 태블릿피시에 카드 발급기를 장착하는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서 바로 카드도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은퇴 준비자 등 특정 연령대 소비자를 겨냥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연구소와 함께 은퇴자들의 나이나 재산 등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적합한 상품이나 자산관리 방법을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을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등을 접목해 만들었다”며 “이를 태블릿피시에 설치해 원하는 소비자들을 찾아가 상담을 해주는 용도로 활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은 아예 신세계백화점 등에 직원 두세명이 상주하면서 현금 출납 업무는 하지 않고 금융상품 가입 등 태블릿피시로 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는 ‘뱅크샵’을 운영하는 등 태블릿 브랜치와 기존 점포를 결합한 새로운 점포 운영 방식을 실험 중이다.
은행들이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은 점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점포는 높은 유지비가 드는데도 거래 비중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포를 당장 통폐합하거나 폐쇄할 수는 없으니 새로운 접점을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아직은 태블릿 브랜치 담당 인력이 적어서 일반 금융 소비자들이 폭넓게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은행들로서도 온라인이나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단순 업무보다는 거래 금액이 많거나 다양한 상품 등에 가입하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가까운 영업점에 전화로 신청이 가능한지를 문의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은행 거래가 많은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데, 시스템을 정비하고 (모바일 뱅킹처럼) 연계 금융상품 판매 등에도 나서면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국민은행 직원이 태블릿 브랜치를 활용해 상담을 하는 모습. 국민은행 제공
에스시(SC)제일은행이 신세계백화점에 선보인 태블릿피시 기반의 은행 점포인 뱅크샵의 모습. 에스시제일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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